인간성의 정수

by 신성규

인간성은 언제 드러나는가. 모든 것이 풍족할 때, 우리는 쉽게 관대해질 수 있다. 배가 부르고, 지갑에 여유가 있으며,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 우리는 미소를 나누고, 타인을 이해하며, 너그러워진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인간성이 아니다. 풍족함 속에서의 친절은 일종의 사치품에 불과하다.


인간성의 정수는 언제나 결핍 속에서 드러난다. 나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내어줄 수 있을 때, 그것이야말로 인간성의 증거다. 어려울 때에도 타인을 향한 마음을 놓지 않는 것, 그 마음의 중심에 자리한 순수함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으로 남을 수 있게 한다.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타인을 위할 수 있을까. 삶이 나를 끝까지 몰아붙일 때에도, 여전히 누군가를 품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근원에 관한 물음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생존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 본능을 넘어 타인을 위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본능을 초월한 존재가 된다.


진정한 인간성은 그래서 희귀하다. 배고픔 속에서도 빵을 나누는 마음, 고통 속에서도 손을 잡아주는 용기, 절망 속에서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목소리. 이런 순간은 드물지만, 이 드문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나는 인간성의 가장 순수한 형태가 ‘타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어려움 속에서도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은, 결국 그 안에서 나의 인간다움을 지켜내겠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그것은 타인을 위한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다. 풍족한 삶 속에서는 이 고백이 가려지지만, 결핍과 시련은 인간을 벗겨내어 본모습을 드러나게 한다.


결국 인간성이란,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도 남아 있는 작은 불씨 같은 것이다. 외부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때조차 사라지지 않고, 타인을 향해 조용히 빛을 내는 그 불씨. 그것이야말로 인간성의 정수이며, 우리가 서로를 인간으로 인정하게 하는 마지막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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