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똑똑이

by 신성규

나는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느낀다. 복잡한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고, 정보를 분석하며, 사람들의 심리와 패턴까지 읽어내는 능력. 수많은 가능성과 논리를 머릿속에서 즉시 펼쳐 보이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끝없이 상상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은 나의 무기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현명하지 못하다. 똑똑함과 현명함은 겹쳐 보이지만, 실은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한다. 지식과 판단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삶과 감정에 적용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나는 나의 지성을 사용해 세상을 읽지만, 나 자신을 읽는 데에는 자주 실패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나는 종종 그들과 불필요하게 부딪히거나, 내 감정을 상하게 한다. 회피와 이해, 사랑과 거리 사이의 균형을 알면서도, 나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한다. 나는 문제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내 선택이 나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현명함은 지식의 축적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경험과, 감정의 무게, 그리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다. 나는 수많은 책과 논리로 세상을 꿰뚫을 수 있지만, 내 내면의 불안을 꿰뚫는 지혜는 부족하다. 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으나, 문제를 살아가는 방식, 문제와 함께 있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때때로 나는 나의 똑똑함을 무기 삼아 현실을 장악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과 타인을 상처 입힌다. 현명함은 무기를 내려놓는 법을 아는 것, 힘을 사용하는 대신 이해와 관용을 선택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배우지 못했다.


내가 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나를 똑똑함 이상의 단계로 이끄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나는 똑똑함 속에서 헤매고, 그 똑똑함이 내 삶을 벽처럼 둘러싸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그 벽 너머에는 내가 아직 배우지 못한 현명함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관한다.


나는 똑똑하지만 현명하진 못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직면하는 순간, 나는 조금 더 나아질 가능성을 얻는다. 똑똑함은 나를 세상과 마주하게 하고, 현명함은 나를 내 자신과 화해하게 만든다. 오늘 나는 내 똑똑함을 인정하고, 현명함을 배우기 위해 조용히 마음을 연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내가 성장하는 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안형 애착 관계의 임상적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