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Thunderstorms

by 신성규

여자는 언제나 천둥번개 같았다. 그녀들의 마음은 한순간에 하늘을 갈라 터져 나왔고, 그 소리는 내가 감당하기엔 버거울 만큼 요란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 격렬함에 압도되면서도 끌렸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나를 먼저 끌어당겼다. 나는 언제나 흐린 하늘 같았기 때문이다. 내 감정은 뚜렷한 빛을 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너지지도 않았다. 구름 사이에 빛이 가려진 채로, 어딘가 불투명하고 우울한 잔향만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극과 극이 끌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겉으로는 천둥과 구름이 정반대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같은 ‘불안정성’이라는 결이 숨어 있었다. 천둥번개는 불안정을 외부로 터뜨리고, 흐린 하늘은 그것을 내부에 가둔다. 결국 본질은 같다. 흔들리고 있다는 것, 안정을 갈망하면서도 끝내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닮아 있었다. 아마 그래서 불안정한 여자들이 나를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내 안에서 자신을 본다. 폭풍우의 반대편이 아니라, 폭풍우가 지나간 뒤에도 맑아지지 못한 채 여전히 음울한 하늘을.


나는 그들을 이해했다. 그들이 불안해하며 내 옆에 기대올 때, 나는 억지로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대신 내 존재 자체가 하나의 거울이 되었다. 그들이 지닌 흔들림과 공포, 공허와 욕망을 비추어내는 흐린 하늘로서의 거울. 그렇기에 그들은 나와 함께 있을 때 낯설지 않았다. 그들의 불안이 나의 불안 속에서 정당성을 얻었고, 나의 흐릿함이 그들의 번개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언제나 모순적이었다. 천둥번개는 결국 하늘을 떠나갈 수밖에 없고, 흐린 하늘은 끝내 그 번개를 품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를 닮았기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닮았기에 서로를 구원할 수도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맑음이었지만, 그들은 번개가 없는 하늘을 견디지 못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고요였지만, 나는 고요 속에서도 여전히 흐림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결국 남는 것은 짧은 순간의 교감과, 끝내 닿을 수 없었던 거리감이었다. 천둥번개와 흐린 하늘이 만나는 장면은 아름답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번개는 지나가고, 하늘은 다시 잿빛으로 가라앉는다. 그 잿빛 속에서 나는 늘 묻는다. 불안정한 이들이 나를 원한 것은 정말로 나였을까? 아니면 단지 그들이 품은 불안이, 나라는 흐린 하늘 위에 잠시 투영되었을 뿐일까?


그리고 나는 또다시 흐릿한 구름 속을 떠돈다. 번개가 지나간 뒤에도, 비가 그친 뒤에도, 선명히 맑아지지 못하는 하늘처럼.

keyword
작가의 이전글헛똑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