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주권

by 신성규

미국은 세계의 리더를 자처하지만, 때로는 그 리더십의 이면에서 적나라한 탐욕과 이익 충돌을 보여준다.

대통령부터가 자신이 발행한 코인을 가진 상위 보유자와 식사를 하겠다고 홍보하는 시대.

이것은 그저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깊은 구조적 신호다.


트럼프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가장 성공한 마케터다.

그는 이미지, 시장, 감정, 그리고 자본이 얽힌 복합적인 권력 게임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그가 만든 ‘오피셜 트럼프 코인’은 그 자체로 하나의 합법적 뇌물처럼 기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후원이고, 그 뒷면에는 가상화폐를 통한 영향력 거래가 숨어 있다.

게다가, 재단 운영을 아들에게 맡기면서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 또한 교묘하다.

법리적 해석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가상화폐의 영역을 이용해 제도의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이 사태는 단순한 일탈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이 행위는 결과적으로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법적 해석과 제도화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호했던 경계들이, 사건을 계기로 명확해져야만 하는 지점에 다다르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통화 정책은 국가 주권의 핵심이다.

돈을 찍고, 관리하고, 조정하는 권력 — 그것이야말로 근대 국가의 힘의 본질이었다.

가상화폐를 공식 인정하는 순간, 국가는 이 핵심 권력의 일부를 시장에 넘겨주는 셈이다.

그리고 과연 국가가, 특히 미국이, 그렇게 쉽게 자신의 핵심 권한을 포기할 것인가?


아직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다.

미국은 언제나 자본과 권력 사이에서 신속하게 재구성되고, 적응해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가상화폐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화폐라는 상징과 국가 주권의 경계를 직접 겨눈다.

결국 코인은 개념미술과 같다.

그것을 허용할지 말지는 국가의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나 통제 불가능한 질서를 국가가 받아들이는 순간, 국가는 이전과는 다른 존재가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권력의 근본을 다시 묻는 거대한 문 앞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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