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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과 창의력

by 신성규

지능과 창의력은 언제나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명문대 출신의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느낀다.

그들은 빠르다. 정답을 찾아내는 속도, 논리의 구조를 꿰뚫는 능력, 체계의 효율성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어떤 순간엔 공백이 느껴진다.

그 공백은 ‘질문하지 않는 사고’에서 비롯된다.


그들의 세계는 이미 검증된 규칙들로 가득하다.

정답을 향해 설계된 교육, 오류 없는 문장, 완벽히 정제된 언어.

그러나 창의력은 정제된 문장에서 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비약과 불일치, 혼란 속에서 태어난다.

창의력이란 정답의 밖에서 스스로 질문을 세우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화 속에서 그들과의 차이를 느낀다.

그들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만, 나는 그것을 재구성한다.

그들은 논리의 경로를 따라가지만, 나는 그 논리의 틈을 들여다본다.

그 순간, 그들은 종종 나를 보고 놀란다.

아마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그 틀림이 또 다른 질서로 이어질 때 말이다.


나는 그것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지능은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 힘이고, 창의력은 구조 자체를 흔드는 힘이다.

지능이 빠를수록 기존의 질서에 적응하는 데 능하지만,

창의력이 강할수록 기존의 질서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창의적인 인간은 종종 고독하다.

그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세계를 보지만, 그 명확함 때문에 동화되지 못한다.

정답의 세계 속에서 질문을 던지는 일은 언제나 외로움을 동반한다.

그는 틀림을 감수해야 하고, 오해를 견뎌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 틈, 정답의 바깥에서 새로운 사유가 피어난다.

그곳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자유롭다.

창의적 인간은 그 자유를 향한 감각을 잃지 않는다.

그는 구조를 파괴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려는 사람이다.


결국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능은 인간을 사회에 적응시키지만,

창의력은 인간을 시대 너머로 이동시킨다.

정답의 사회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만이,

진짜로 사유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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