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낳으면,
무엇보다도 친구를 많이 만나게 해주고 싶다.
어릴 때부터 똑똑한 아이들은 보통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
그들의 머릿속은 이미 어른들의 세계에 닿아 있고,
생각이 너무 멀리 나아가 있으니
놀이터의 대화가 따분하게 느껴진다.
다른 아이들이 모래성을 쌓을 때,
그 아이는 이미 모래가 침식되는 구조를 생각한다.
그런 아이는 일찍 철들고, 대신 외로워진다.
그렇게 고독이 시작된다.
이른 지적 성숙은 사회적 고립의 씨앗이 된다.
똑똑한 아이일수록 대화의 맥락보다 의미를 보고,
사람보다 논리를 본다.
하지만 세상은 논리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 차이를 처음으로 체감하는 순간,
그들은 세상에 실망하고, 스스로를 닫는다.
그리고 그 닫힘이 반복될수록,
소통의 감각은 점점 퇴화한다.
나는 이게 바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종종 자폐적 성향을 띠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건 유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실패가 반복된 경험적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맞지 않는다는 경험이
신경망 안에서 하나의 방어체계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가
세상에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똑똑한 머리보다 중요한 건,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소리, 공기, 리듬 같은 것들이라고 믿는다.
그건 이성과 달리,
삶의 체온을 보존해주는 감각이니까.
지능은 아이를 분리시키고,
우정은 다시 세상과 연결한다.
나는 내 아이가 세상과 분리된 천재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따뜻한 인간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게 진짜 똑똑함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