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주머니 속의 자갈들

by 신성규

사람들이 많은 자리는 늘 조명이 너무 밝았다.

눈이 아니라 안쪽이 부셨다.


말들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기가 아니라 작은 자갈이 되었다.

둥글지 않아서, 부딪힐 때마다 소리가 났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자갈들을 주머니에 넣었다.

버리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누군가 웃으면, 웃음은 물결처럼 퍼지지 않고

얇은 유리판처럼 공중에 걸렸다.

그는 그 사이를 지나가야 했다.

보이지 않게, 계속 긁히면서.


여럿의 목소리가 겹치면

세상은 투명한 비닐봉지 속처럼 변했다.

소리는 크게 들리는데, 방향이 없었다.

어디로 손을 뻗어야 할지 몰라

그는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제일 덜 다치는 방법이라서.


“왜 이렇게 조용해?”

말이 날아와 어깨에 내려앉았다.

가벼운 척했지만, 날개에 모서리가 있었다.

그는 웃는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얼굴 근육은 늘 이런 연기를 빨리 배웠다.


잠깐, 아무도 말하지 않는 틈이 생겼다.

컵이 테이블에 닿는 소리, 의자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같은

작은 것들만 남는 순간.


그 틈으로

그는 몸의 지퍼를 안쪽으로 내렸다.


바깥의 소리는 문밖 복도 소리처럼 멀어지고

안쪽에 불이 켜졌다.


조금 전의 장면들이

이번엔 소리 없이 움직였다.

입 모양만 천천히 열리고 닫혔다.

표정은 멈춰서 오래 볼 수 있었다.

눈동자 흔들림 하나가

문장보다 또렷했다.


아까 스쳐 지나간 말 한 조각이

이제는 손 위에 올려놓은 유리구슬처럼 보였다.

굴려보고, 빛에 비춰보고,

어디가 금이 갔는지 천천히 알 수 있었다.


여기서는

아무도 말을 겹쳐 얹지 않았고

웃음이 터질 타이밍을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모든 감정이

한 줄로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는 그 줄 사이를 걸었다.

아무에게도 밀리지 않고.


가슴 안쪽이 따뜻해졌다.

누군가를 이해했다는 느낌은

포옹이 아니라

엉킨 실타래가 스르르 풀릴 때 나는

아주 작은 소리 같았다.


밖에서는 누군가 다시 말을 꺼냈다.

문 두드리는 소리처럼 둔하게 들렸다.

그는 지퍼를 조금 올렸다.

빛이 얇아졌다.

소리가 다시 모서리를 갖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에 다시 서 있었지만

주머니는 이제 비어 있었다.

자갈들은 안쪽에서

반듯한 모양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그를 혼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자기 안에는

언제든 불을 켤 수 있는 방이 하나 있고,

그 방에서는

말이 부딪히지 않고

사람들이 소리 없이 이해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걸.


그래서 그는

조금 닳아도 괜찮았다.


돌아갈 수 있는 곳이

몸 안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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