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꿈에서 말을 한다. 낮 동안 입안에서 녹여 삼킨 문장들이 밤이 되면 되살아나, 혀를 빌려 밖으로 뛰쳐나간다. 현실에서는 관계의 기압을 재고, 타인의 표정을 계산하며, 파문이 번질 각도를 가늠하느라 끝내 접어 두었던 말들. 그러나 잠이 들면 검열은 느슨해지고, 억눌린 마음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마치 오래 잠겨 있던 수문이 열리듯, 물은 한 번에 쏟아진다.
꿈속의 나는 이상할 만큼 정확하다.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에서 따지고, 항의하고, 때로는 울면서 말한다. 분노는 붉은 잉크처럼 번지고, 억울함은 금이 간 그릇처럼 소리를 낸다. 깨어나면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고, 가슴 어딘가에 잔열이 남아 있다. 아, 이만큼이나 쌓여 있었구나. 내 안의 방은 생각보다 좁았고, 그 안에 가둔 감정은 생각보다 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분노를 잘 다루지 못한다. 화가 난다고 말하기보다 구조를 설명하고, 상처를 드러내기보다 논리를 세운다. 감정은 언제나 개념의 옷을 입고서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과민한 사람이 되고, 예민함은 결함으로 취급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한 톤 낮추고, 한 박자 늦추고, 결국 절반만 말한다. 나머지 절반은 몸 안 어딘가에 퇴적된다. 보이지 않는 지층처럼,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진다.
억압은 폭발이 아니라 침전이다. 소리 없이 가라앉아, 어느 순간 꿈이라는 통로를 통해 기포처럼 올라온다. 나는 밤마다 나의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를 본다. “이제는 말하라”는, 그러나 아직은 낮의 언어로는 완전히 번역되지 않는 문장들. 꿈은 나의 비밀 서랍이고, 그 안에는 꺼내지 못한 분노와 슬픔이 접힌 채 놓여 있다. 나는 그 서랍을 열어보는 것이 두렵지만, 동시에 열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나는 너무 오래 나를 통제해 왔는지도 모른다. 불안정해질까 봐, 관계가 틀어질까 봐, 나의 강도가 타인을 베어버릴까 봐. 그래서 스스로를 둥글게 깎아냈다. 그러나 둥글게 깎일수록 중심은 더 날카로워졌다. 말하지 않은 문장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밤이 되면 별처럼 떠오른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별자리들이 어둠 속에서만 또렷해지듯, 나의 진심도 어둠 속에서야 제 이름을 찾는다.
요즘 나는 생각한다. 꿈이 나를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낮의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밤의 내가 대신 울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금씩 역할을 나눠야 할 시간이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지는 못하더라도, 꿈에게만 맡겨 두었던 문장 하나쯤은 깨어 있는 나도 말해보는 것. 속으로만 타오르던 분노를, 파괴가 아니라 방향으로 바꾸는 것.
억압된 마음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많은 것을 참고 지나왔다는 뜻이다. 그것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오래 버텨온 신경의 기록이다. 이제 나는 그 기록을 지우지 않으려 한다. 꿈에서 흘러나온 말들을 한 줄씩 받아 적으며, 나의 어둠이 단지 폭발을 기다리는 화약이 아니라, 별자리를 그릴 수 있는 밤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