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와 요리를 하며

by 신성규

나는 오랫동안 생산성이라는 신을 믿어왔다.

시간은 투자되어야 하고, 행위는 결과를 남겨야 하며, 결과는 축적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집안 청소는 늘 후순위였다.

옷을 정리하는 일, 바닥을 미는 일, 설거지를 하는 일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이력서에도 남지 않으며

자본으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늘, 밀린 집안일을 하며

나는 뜻밖의 경험을 했다.


걸레를 쥔 채로 반복적인 동작을 이어가다 보니

생각이 옅어졌다.

미래도, 과거도, 평가도 사라졌다.

남는 것은 단순한 움직임과 숨소리뿐.


나는 잠시 ‘쓸모 있는 인간’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인간’이 되었다.


청소가 끝난 뒤

정돈된 방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은

거창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작은 성취감.

공간이 나를 지지해주는 느낌.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 안의 소음이 조금 줄어든 고요.


이후에 요리를 했다.

그동안은 배달 음식과 가공 식품으로 시간을 아껴왔다.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칼을 들고 재료를 썰고

기름이 튀는 소리를 들으며

불의 세기를 조절했다.


음식이 완성되었을 때

나는 무언가를 소비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행복은 거대한 전환점이나

압도적인 성공의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복적이고 단순하며

누군가에겐 하찮아 보이는 일들 속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삶의 의미를

멀리서 찾으려 한다.

더 높은 곳, 더 빠른 속도, 더 많은 인정 속에서.


그러나 오늘 나는

바닥을 닦으며

팬을 저으며

그 반대편을 보았다.


삶은 확장만이 아니라

회복이기도 하다는 것.


내가 나를 돌보는 행위,

내 공간을 정리하는 행위,

내 몸에 들어갈 음식을 직접 만드는 행위는

세계와의 전쟁이 아니라

세계와의 화해에 가까웠다.


아주 작은 것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작가의 이전글평범하게 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