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다만 집안이 안정적인 집안은 아니었고, 교육은 선택지가 아니라 사치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부모의 자본과 네트워크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을 찾았지만, 우리는 늘 그 바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쪽에 가까웠다.
이상한 일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성실했고, 학교를 나왔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그 모습 자체가 부당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올라온다.
그 감정은 단순한 질투라기보다는, 어딘가에서 놓쳐버린 가능성에 대한 감각에 가깝다. 나는 그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 보이고, 그 판단의 깊이가 보이고, 그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도 대략 짐작이 간다. 그런데도 그는 안정된 환경과 교육을 발판 삼아 사회적으로는 더 높은 자리에 서 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묘한 불균형이 생긴다.
그래서 가끔 우리는 농담처럼 말한다. 차라리 지능이 조금만 낮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세상의 구조를 그렇게까지 보지 못했다면, 그냥 주어진 삶의 틀 안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생각하고,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본다는 것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이기도 하다. 가능성을 보는 눈이 있다는 것은, 동시에 사라진 가능성까지도 함께 보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우리의 삶이 마치 몰락한 명문가의 후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특별한 권력이나 부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펼쳐졌어야 할 삶의 가능성이 조용히 사라져버린 느낌 말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깨닫는다. 몰락한 가문의 비애라는 것은 어쩌면 실제 몰락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는지를 너무 또렷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 몰락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