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술, 그리고 공포

by 신성규

나는 술을 마신 그녀가 조금 두렵다.


평소의 그녀는 단순한 사람이다.

웃음은 빠르고, 말은 가볍고, 감정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는 늘 복잡한 생각 속에서 살기 때문에 그런 그녀를 보며 안도한다.

세상은 이렇게도 단순하게 지나갈 수 있구나, 하고.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미묘하다.

말의 결이 조금 거칠어지고,

사소한 질문이 미묘한 의심처럼 들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진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갔을 말들이

갑자기 문제로 떠오르고,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워진다.


나는 그 순간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아, 또 시작이구나.’


나는 술을 마시면 단순해진다.

그래서 싸우고 싶은 마음도, 따지고 싶은 마음도 줄어든다.

그저 상황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반대로 복잡해진다.


평소에는 접어 두었던 감정들이

술을 만나면 하나씩 밖으로 나온다.


서운함, 예민함, 화.


그것들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표정으로

내 앞에 나타난다.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씩 두려워진다.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원래 있던 무언가가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술은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단지 사람을 느슨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평소의 그녀가 진짜일까.

아니면 술을 마신 그녀가 진짜일까.


그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밤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속에 작은 균열이 남는다는 것이다.


사랑은 늘 따뜻한 감정으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때로는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는 얼음 위와도 같다.


나는 아직 그 얼음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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