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탄생의 수학적 연애
0은 차갑다. 아무것도 없다.
1은 덩그러니 있다. 애처롭다.
둘이 만나면 뭐가 될까? 아무것도 안 된다. 0이다.
그렇다. 0은 존재계의 블랙홀이다.
“나 너랑 안 놀래.” 끝이다. 어떤 숫자든, 0과 곱해지면 존재 삭제.
반면 1은?
“나랑 곱하면 네 모습 그대로야.”
관대하다. 믿음직하다. 자기 정체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마치 좋은 연인 같다.
그래서 나도 1 같은 연애를 하고 싶었다.
근데 현실은 늘 0이었다. (이건 수학이 아니라 내 연애 문제다.)
수학에서 0은 절대이다.
어떤 수를 곱해도 0으로 만드는 무조건적 소멸의 법칙.
이는 곧 ‘죽음’의 비유이며, 궁극적 귀결의 상징이다.
반면 1은 출발이지만 불완전한 존재다.
1은 홀수이고, 혼자이며, 짝을 만나야만 확장된다.
곧 인간은 1로 태어나, 짝과 함께 완전체가 되기를 갈망하는 수학적 존재다.
0은 ‘완전한 없음’, 1은 ‘미완의 있음’.
인간은 이 두 수 사이에서 끝없이 진동하며, 삶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