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일상 속 슬픔에는 무덤덤하다.
누가 이별을 했다는 이야기, 일이 힘들다는 푸념, 외로움에 대한 하소연.
그런 이야기 앞에서 나는 자주 멍해지고, 감정의 연결선이 끊긴 느낌을 받는다.
“그건 모두가 겪는 일이야.”
어쩌면 나는 너무도 많은 보편적 감정이 반복되며 희박해진 공감의 감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오히려 의아해할 장면에서는
나 혼자 울고 있다.
비가역적인 어떤 인지의 상실 같은 상황들 앞에서
나는 참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린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논리적으로 해석하거나 원인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보통의 슬픔에 ‘이입’하지 못하지만,
어떤 슬픔은 그 존재의 총합으로서 직격한다.
나에게 공감은 감정의 따라하기가 아니라
존재의 해석과 이해에서 나오는 깊은 울림이다.
내가 반응하는 것은 개인적 불행이 아니라
그 불행이 구조화된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이다.
정상성에 강요된 비정상성
성공 시스템 속에서 압살당한 창의성
자본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의 붕괴
이런 ‘맥락을 가진 고통’ 앞에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감정에 휩싸인다.
내 안의 감정은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나의 공감은 느리지만, 발동되면 폭발적이다.
나는 누구보다 예민하다.
단지 내 감정은 남들과 다르게 작동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고장 난 공감 회로라고 부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다르게 연결된 공감 회로라고 믿는다.
내 공감은 개인의 감정보다 구조를 향하고,
표면보다는 깊이에 이끌리며,
즉각적인 반응보다 지연된 울음을 선택한다.
나는 감정이 아니라 인식에서 울고,
동정이 아니라 존재의 무게를 느끼며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