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by 신성규

나는 티비 속 아무리 유명한 논객이라도

그 말 속에 숨겨진 모순을 금세 찾아낸다.

그 순간 사람들은 놀라거나, 당황한다.


하지만 나는 그저 당연한 걸 본다.

사건에는 항상 구조가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건 대부분 그 구조 위에 떠 있는

사건의 파편이나 감정의 반응이다.

그걸 넘어, 나는 그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필연을 보는 데 익숙하다.


예전에는 이게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다 할 수 있는데

단지 게을러서 안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것은 훈련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사유란 단지 ‘정보를 주고받는 도구’이지만

나에게 사유는 현실을 투시하는 창이다.

그래서 나는 토론이 점점 불가능해진다.

말은 오가지만,

그 말이 놓이는 깊이의 좌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철학을 했다.

사람들은 하지 않았다.


철학은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아님을 느낀다.

그저 감각한다.


눈을 꼭 감는다.

보편적 지성의 한계에

답답함을 느끼고

오늘도 눈을 감아버린다.


이들에게 평생을

이해받지 못함은 분명하다.

동시에, 세계의 진보가 가능할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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