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마취제가 아니다

by 신성규

책은 도끼다.

잠든 나를 깨우는 도끼.

카프카의 말이지만, 나는 그걸 온몸으로 동의한다.

내 정신을 쪼개는 망치여야 한다.

한 문장에 한참을 앓아누워야 해.


나는 책이란,

나의 감각을 전복시키고, 세계를 새로 보게 만드는 충격이기를 바란다.

어떤 문장은 나를 몇 날 며칠 동안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야 한다.

어떤 생각은 내 사고 체계를 통째로 갈아엎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책’은…

스크롤 몇 번 내리고, 아무 감정 없는 대사 몇 줄 따라 읽고,

남는 건 오직 자극과 망각뿐이다.

그건 이야기가 아니라 마취제다.

나는 그런 걸 두고 ‘책’이라고 부르는 게 화가 난다.

진심으로.


문학이, 철학이,

사람 하나를 바꿀 수도 있고, 죽게도 살게도 할 수 있는데

그 힘을 다 잃은 채,

달달하고 자극적인 감정의 편의점이 되어버렸다.

책을 읽는다는 건, 즐겁기만 해선 안 된다.

괴로워야 한다. 불편해야 한다. 충격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변한다. 내가 깨어난다.


책은 앉아서 천천히 죽어가는 인간을

벌떡 일으키는 펀치여야 한다.

목을 조르고, 눈을 뜨게 만들고,

내 안의 잃어버린 개처럼 짖게 해야 한다.

그런 책이 좋다. 그런 문장이 살아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천천히 읽고, 수십 번 곱씹고

심지어 책을 던져버리기도 한다.


나무의 희생이 헛되었다고 느낄 때는

퍽 기분이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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