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지나온 여자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겹친 경우가 많다.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는데, 이름은 자꾸 반복된다. 두 번, 세 번. 그게 우연이라고 넘기기엔 뭔가 내 안에 숨은 질서가 있는 것 같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이끌리는 나. 그건 단순한 취향이라기보단, 무언가를 되찾으려는 반복, 상실을 되돌리려는 무의식의 움직임처럼 느껴진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 안에 감정이 되살아난다. 이미 지나간 사람의 잔상이 이름 속에서 떠오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얼굴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한 번은 이름을 헷갈려 잘못 부른 적도 있었다. 놀란 건 나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진심에 가까운 말실수였을지도 모른다.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기대에서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한 상실을 채우려는 나의 원초적 욕심이란 생각에.
이름은 단지 부르는 호칭이 아니다. 이름은 기억의 저장소이고, 감정의 출입구다. 그래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꾸 비슷한 이름을 찾아 헤매는지도 모른다. 그 울림 안에 내가 잃어버린 감정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 아니 믿음. 그렇게 나는 또다시 누군가의 이름을 통해, 나의 과거와 재회하고 싶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