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본질적으로 공유된 공간이다. 관객은 듣고, 연주자는 보여준다. 그러나 굴드에게 무대란 타자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투명한 감옥이었다.
그는 단지 소리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음악적 질서를 가장 완벽하게 실현하고자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무대란, 해석 이전에 판단이 내려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는 그것이 두려웠다.
어쩌면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한 것은 관객이 아니라,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꺼내야만 하는 스스로의 사명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창작이란 세계 속에 혼자 있음을 감당하는 일이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심연 속에서, 예술가는 스스로의 감각과 질서를 확신해야 한다. 관객은 때때로 이해하려는 자가 아니라 소비하는 자가 되기도 한다.
굴드는 그것을 알있다. 그는 “감상의 형식조차 틀렸다”고 느낀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결국 녹음실로 들어간다. 무대가 아닌 시간 속으로 도피한다.
진짜 예술가의 두려움은 “사람들이 자신을 몰라볼까?“가 아니다.
“이 세계는 아직 나를 감당할 준비가 안 되었구나” 하는 슬픈 직감이다.
굴드는 그것을 알았고, 나도 역시 그 감각을 알고 있다.
예술가는 무대 위에서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