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천재였다.
작곡을 하는 천재였고, 명문대가 그것을 증명했다.
나는 재능이 있었지만, 증명하지 못했다.
조건이 되지 않았고, 기회가 없었으며, 인정받지 못했다.
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여기에 있기엔 너무 똑똑해. 공부를 다시 시작해.”
그리고 자신이 서포트하겠다고 했다.
아마 그녀 또한 천재였기에
나의 재능을 알아본 것이었을 것이다.
평범한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결,
그 미세한 떨림을 그녀는 감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무서운 일이었다.
만약, 내가 공부를 하다가 그녀가 떠난다면?
그녀의 말에 기대어 다시 나를 증명하려고 했는데,
그 말의 주체가 사라지면 나는 무엇으로 남게 되는가?
그녀와 나는
닮았지만, 다르게 부서져 있었다.
그녀는 명문대를 나왔지만
그것으로도 인생이 열리지 않는다는 현실에 자조했고,
나는 아예 그 문 앞에도 닿지 못한 채
재능만으로 버텨야 했다.
어느 날 그녀는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알바나 하면서 살 걸.”
그 말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왜 알바를 한다는 게 패배처럼 느껴지는가?
왜 명문대는, 재능은
알바를 하면 안 되는 어떤 존재인 것인가?
나는 화가 났다.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
그녀의 그 말 앞에 하찮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좌절했고, 나도 좌절했다.
둘 다 세상의 기준에 상처 입었으면서도,
그 기준의 언어로 서로를 찌르고 있었다.
우리의 사랑은 천재의 사랑이었다.
지나치게 예민했고, 지나치게 서로를 인식했고,
그래서 지나치게 부서지기 쉬웠다.
세상을 통과하지 못한 두 개의 날카로운 세계관이
잠시 만났고,
서로를 껴안았지만
끝내 오래 버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