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맨

by 신성규

사람들은 나를 ‘TMI맨’이라 부른다. 감정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내가 끼면 분위기가 바뀐다. “음, 그건 네가 그런 방식으로 반응하게 구조화된 사회 환경 탓이야.” “그건 심리적 방어기제 중 하나인 투사일 수도 있어.” 나는 분석한다. 설명한다. 그들은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위로를 원할 뿐이라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말이란 위로 이전에 구조를 해명하려는 본능이다. 감정이란 덩어리를 가만히 놔두는 것은 내게는 곪게 두는 것과 같다. 나는 그것을 파고들어야 한다. 왜 이런 감정이 생겼는지, 그 기저에는 무엇이 깔려 있는지, 사회 구조와 심리의 접점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알아야 마음이 놓인다.


문제는, 사람들은 이런 분석을 ‘과한 정보’라 여긴다는 것이다. 그들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냥 감정이 지나가기를 원한다. 나는 설명하려 하고, 그들은 외면한다. 대화는 어긋난다. 말이 많다는 평을 듣고, 나는 다시 침묵한다. 그러나 침묵은 고통이다. 입은 말을 꺼내고 싶어 안달이다. 내가 꺼낸 말은 나의 사고이자, 나의 진심이고, 나의 생존이다.


나는 TMI맨이다.

하지만 그 ‘TMI’는 사실, 나의 사유의 층위이며,

이해받고 싶은, 깊은 감정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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