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순기능은 억압의 해체다

by 신성규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사고 싶지만 사지 않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것은 단순한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억압의 결과다.

“내가 이것에 이만큼의 돈을 써도 되나?”


이 질문들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검열이 따라붙는다.

그 검열은 때론 가난에서, 때론 교육에서, 때론 관계에서 파생된다.

우리는 자신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을,

자기 억제라는 이름으로 포기하고 산다.


이때 선물은 그 억압을 타자가 해체해주는 행위다.

그는 말없이 신호를 보낸다.

“너는 이것을 받아도 되는 사람이다.”

“나는 너의 그 억제를 봤고, 그것을 넘어서는 감정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선물은 ‘물건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자기 억압’을 깨워 해방시키는 의식이다.

누군가는 스스로를 위해 결코 사지 못할 향수를 받았을 때,

자기 안의 결핍과 자격지심이 조용히 무너진다.

누군가는 지나치다고 생각했던 옷을 선물받고,

“내가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처음으로 “그렇다”고 답한다.


그러므로 진짜 선물은 필요를 겨냥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 검열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사람에게

문을 열고 나가도 괜찮다고, 이미 너는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조용한 해방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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