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경이로움

by 신성규

우리는 흔히 공학과 자연을 나누어 생각한다. 하나는 인공적 계산, 하나는 본능적 진화. 그러나 자동차의 곡선과 물고기의 몸매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둘은 한 방향으로 수렴해 간다.


자동차 디자인 초기에는, 공기저항 계수(Cd coefficient)가 지금처럼 과학적으로 계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점차 더 유선형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시켜 왔다. 왜일까? 사람은 직관적으로 ‘빠르게 느껴지는’ 형태를 좋아한다. 속도를 연상시키는 곡선, 흐름의 미학. 그 미학이 시장을 움직이고, 시장은 성능을 요구했다. 그리고 공학은 그 흐름을 ‘수치화’해 증명한 것이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아닌 감각과 시장이 주도한 진화. 형태는 감각적으로 먼저 존재하고, 계산은 그 감각을 정밀화한 언어다.


돌고래의 유선형, 매의 날개 각도, 치타의 척추 굽힘. 그 어떤 것도 인간처럼 계산된 적은 없다. 그러나 자연은 수억 년에 걸친 반복 실험 속에서, ‘최적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건 ‘계산의 부재’가 아니라, 계산보다 훨씬 정교한 질서의 존재를 의미한다. 그것은 공학이 아니라 반복된 실패의 제거가 낳은 결과다. 진화는 계산 없는 계산, 생명은 공학 없는 공학이다.


기술은 점점 더 ‘자연처럼’ 행동하려 한다. 자율주행은 인간의 판단을 닮아가고, AI는 신경망을 모방한다. 자동차의 디자인은 이제 생명체처럼 매끄러워지고, 기능은 자연 법칙에 가까운 알고리즘으로 정제된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자연은 이미 완성된 엔지니어였다는 뜻이다.


우리가 경외해야 할 것은, 계산이 아니라 형상이다 형태는 우연이 아니다. 형상은 존재가 남긴 흔적이며, 그 흔적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엔지니어가 만들어낸다. 자동차의 곡선이 점점 더 생명체처럼 유기적이 되어가는 오늘, 우리는 거꾸로 자연의 위대한 공학적 통찰을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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