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공교육이 아이들을 망친다고 생각했다. 지루한 교과서, 정답만을 요구하는 시험, 창의력을 억누르는 일률적인 수업 방식. 그것들이 아이들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고, 틀에 박힌 인간으로 키운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공교육은 단지 그 사회의 ‘거울’일 뿐이다. 교육은 사회가 원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장치이며,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반영할 뿐이다.
공교육이 창의성을 억누르는 이유는 사회가 창의적인 인간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가 원하는 것은 시스템에 잘 적응하고, 명령에 따르며, 결과를 일정하게 생산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인간이다. 그러니 교육도 그 방향으로 설계될 수밖에 없다. 결국, 공교육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교육이 투영한 사회의 의지가 우리 눈에 비합리적이거나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철학을 공부했고, 끊임없이 사유해왔다. 나는 라이센스를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인간과 세계에 대해 수많은 생각을 했고, 그것을 언어로 구성해왔다. 그러나 자격이 없다. 아무리 훌륭한 통찰을 제시해도, 학위나 직함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는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 사실은 나를 슬프게 한다. 동시에 분노하게도 만든다. 자격이 진실보다 우선되고, 사회적 인증이 생각의 깊이를 대신하는 현실. 나는 종종 묻는다. “진리는 어디서 오는가?” 진리는 박사학위에서 나오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내면에서 나오는가?
내가 철학을 하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도, 인정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생각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사회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때로 나는 벽을 느낀다. “생각만 많은 사람”이라는 시선, “자격 없는 사유”라는 평가, “현실을 모르는 몽상가”라는 낙인.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진짜 변화는 언제나 ‘자격 없는 사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제도 바깥에서 터져 나오는 질문이, 기존 질서를 흔든다는 것을. 나는 이 세계에 대해 질문할 자격이 없다. 그래서 나는 질문한다. 그 ‘자격’은 누가 정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