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목숨을 던진 사람

by 신성규

나는 사랑에 목숨을 던져본 사람이다.


그 말은 비유가 아니다.

사랑이 끝났을 때, 나는 진짜로 왕복 8차선 도로에 몸을 던졌다.

숨 막히도록 차들이 지나가는 도로 위에서, 나는 더는 견딜 수 없던 감정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그것은 이별이 아니라, 세계의 붕괴였고, 존재의 소멸이었다.


나는 살아남았다.

기적처럼, 혹은 형벌처럼.

하지만 몸은 망가졌고, 마음은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병원 침대 위에서 나는 느꼈다. 이건 끝이 아니라, 견뎌야 하는 삶의 시작이구나.


후유증은 육체에만 남지 않았다. 사람을 믿는 법도, 나를 돌보는 법도 잊은 채, 나는 관계 속으로 다시 몸을 던졌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러나 이번엔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다. 나는 보호받고 싶었을 뿐이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누군가를 구하는 것도, 구원받는 것도 아님을 늦게야 알았다.


자살 시도 이후 무너진 내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그 상처 위에 또 다른 관계들이 얹혔다. 나는 아직 무너지기 쉬운 마음을 안고 있었고, 그 속에서 너무 많은 연인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먼저 다가간 건 아니었다. 그녀들은 내 안의 고통을 알아보았고,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보호하려 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모성애로, 누군가는 공감으로 내 곁에 다가왔다.


하지만 사랑은 누군가를 치유하려는 마음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 내 마음이 아직 불안정한 상태였기에, 나는 그 사랑을 지탱할 수 없었다. 관계는 점점 무너졌고, 그녀들은 상처를 입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에는 아직 자신을 감당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사랑은 나를 먼저 안정시켜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다른 이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은 결국 서로를 더 힘들게 할 뿐이라는 것을. 사랑은 누군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견디고 기대어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사랑을 통해 죽으려 했고, 사랑을 통해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제는 사랑을 통해 살아가고 싶다.


이제는 안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기대는 감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탱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눌 수 있는 온기라는 것을.

나는 다시는 목숨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더는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나를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살아남은 사람이고,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는 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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