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서 갑과 을의 미묘한 역설

by 신성규

균형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더 많이 사랑하고, 누군가는 더 적게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불균형은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일까? 아니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일까?


나는 진정한 사랑이란, 둘 다 서로에게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는 상태라고 믿는다. 서로가 상대에게 온 마음을 쏟고, 그 열정이 균등하지 않아도 함께 나누어진다면 사랑은 깊고 풍부해진다. 이 열정의 상호작용 속에서 신뢰와 이해가 싹트며, 사랑은 성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균형이 결여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사랑을 주는 위치에, 또 다른 누군가는 받는 위치에 고착되면서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관계에서는 사랑의 순수한 열정보다는 권력, 의존, 불안감이 자리 잡는다. 결국 이는 사랑이 아닌 소유와 통제의 감정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사랑에서 ‘갑’과 ‘을’의 역할은 단순히 감정의 주고받음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미묘한 힘의 흐름이자, 사랑을 경험하는 방식의 차이이다. 흥미롭게도,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더 행복해 보일 때가 많다.


을은 상대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에 충실하다. 후회 없이 사랑하며, 아픔조차도 그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사랑하는 동안의 만족감과 깊은 감정 몰입으로 인해, 마음속에 큰 공허를 남기지 않는다. 사랑을 주는 행위 자체에서 이미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후회와 자책에 사로잡힌다. 상대를 소홀히 했던 순간들, 더 깊이 사랑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자신이 받은 사랑의 크기를 깨닫고 난 후 비로소 그 가치를 인식하지만, 이미 기회는 지나간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러한 갑의 경험을 많이 했다. 그 후회의 무게는 때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반면, 을의 입장에서 사랑을 했던 사람들은 아파도 그 순간들을 만족으로 채운다. 그들의 사랑은 후회가 아닌 평온과 수용의 감정을 남긴다.


이 미묘한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랑하는 마음의 방향과 깊이, 그리고 그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갑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고, 을은 주는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다.


사랑은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풍경을 만든다. 갑이 되었던 이들이 후회 속에서 성장하고, 을이 되었던 이들이 만족 속에서 평화를 얻는 이 역설은 우리에게 사랑의 복잡함과 다층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사랑에서 갑과 을의 구도는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각자의 감정 표현 방식과 사랑의 욕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열정을 존중하고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으로 이 불균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서로가 느끼는 사랑의 방식과 깊이를 솔직하게 나누는 대화가 그 시작점이 된다.


사랑은 완벽한 대칭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가 ‘사랑한다’는 열정을 온전히 나눌 때, 비로소 관계는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갑과 을이 아닌, 두 사람 모두가 주체가 되어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랑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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