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무기가 된 시대

by 신성규

한때 ‘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유난스러움은 곧 ‘눈총’이었고, 튀는 사람은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사회적 전략처럼 여겨졌고,

모두가 회색 정장을 입고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 똑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꿈꿨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아니, 시대가 뒤집혔다.

우리는 지금 튀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취향은 사적인 선택이 아니라 공적 정체성이 되었고,

누구도 나의 정체성을 대신 말해주지 못하는 시대,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시대다.


디지털은 경계를 허물었다.

플랫폼은 누구에게나 확성기를 쥐여주었고,

그 결과 개성은 상품이 되었으며, 취향은 브랜드가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상”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특이함”, “대체불가능함”, “나만의 방식”에 주목한다.

그건 곧 존재의 무기이자, 생존의 무기다.


그리고 이제 질문은 바뀌었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나요?“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감각을 가지고 있나요?”


취향은 말한다.

“나는 이 세계를 이렇게 느끼고,

이런 색과 온도와 리듬으로 살아갑니다.”

그 취향은 때로 브랜드가 되고, 콘텐츠가 되며, 사람들과의 연결망이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생각한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곧 취향을 시각화하고,

철학을 가시화하는 일이라고.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정체성을 제안하는 일.

튀어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정제된 튐은 곧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역설이 숨어 있다.

‘튀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말은, 개인이 주체로 존재하지 못할 경우,

다시 사회의 익명적인 일부로 흡수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더 이상 사회가 나를 대신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나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색을 얼마나 정직하게 들여다보는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용기 있게 꺼내 보일 수 있는가에 따라

이 시대의 언어를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엔,

“튀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리고

“취향이 곧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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