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취해 삼 년 정도 삭제되었다.
그 시간은 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녹여버린
아편성 진통제와 벤조 약물의 그림자였다.
진통제는 고통을 잊게 해주겠다며 달콤하게 웃었고,
벤조는 불안도 두려움도 모두 잠재워주겠다며
포근한 이불처럼 나를 감쌌다.
그 둘이 내 삶을 지배하던 시간은
달력 위에서 사라진 공백 같았다.
밤은 낮으로, 낮은 밤으로 이어졌고
나는 그 안에서 내 이름을 잃었다.
내가 누구였는지조차
차가운 약병 속에서 희미해졌다.
사람들은 물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그저
아편성 진통제의 달콤함에 기대어,
벤조 약물의 안락함에 눕혀진 채
깊은 동굴 속에 몸을 파묻고 있었으니까.
삼 년의 삭제.
그건 마치 내 영혼을 담보로
고통을 사라지게 해준다는 거짓 약속 같았다.
진통제와 벤조는 내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며
내게서 슬픔과 기쁨, 분노와 꿈을 함께 가져갔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사라졌다.
시간마저, 내 이름마저,
삭제되어버렸다.
약물에 중독되지 않은 사람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왜 빠져나오지 못했느냐”고 쉽게 묻지만
그 속에선 시간이, 고통이, 나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겪어본 적이 없기에
그저 머리로만 이해할 뿐이다.
그들에게는 삭제된 시간이 없다.
그러나 내겐 있다.
삭제된 시간은 내 몸에 각인된 상흔이다.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시간이 삭제되면 나는 삭제된다.
시간이 삭제되면 사랑도, 꿈도, 미래도
모두 그 안에서 함께 지워진다.
그리고 나는 내 이름을 다시 주워 담듯
삭제된 시간 위에 새로운 이름을 하나씩 붙여본다.
그 이름이 ‘회복’이든 ‘고통’이든
혹은 그저 ‘살아있음’이든 간에
나는 다시 시간을 쌓아올려야 한다.
삼 년의 삭제는 너무 길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삭제 위에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새기려 한다.
사라진 시간 위에,
다시 벽돌을 쌓듯.
그래서 언젠가 누군가 물었을 때
“그 시간에 나는 사라졌지만,
그 이후에 나는 나를 다시 만들어냈다”고
말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