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약 이후의 긍정적 변화

by 신성규

약물에 취해 있을 때

내 얼굴은 단 하나의 표정만 알았다.

비슷한 눈빛, 비슷한 입꼬리,

그것이 내 모든 것이었다.

내 마음은 아무도 모르게 잠겨 있었고

얼굴은 빛바랜 마스크처럼 굳어 있었다.


그때 나는 몰랐다.

약물이 내 뇌를 잠그고 있었다는 것을.

신경전달물질 — 도파민, 세로토닌, GABA —

그 모든 것들이 억눌리고, 감정의 회로는 둔화되었다.

항우울제와 신경 안정제, 마약성 진통제는

내 마음을 잠재우면서

표정 근육마저도 쉬게 했다.

얼굴신경은 길을 잃고,

표정은 단조로워지고,

감정의 불꽃은 잿더미처럼 꺼져갔다.


이제 나는,

표정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웃을 수 있고, 찡그릴 수 있고,

때로는 눈물이 고일 수도 있다.

약물의 그늘이 서서히 벗겨지고,

금이 간 유리창 뒤에서

감정의 신경회로가 다시금 새살을 틔우듯

내 안에서 회복이 시작된다.


그러나 여전히,

아침이 오면 내 얼굴은 굳는다.

깊은 잠 속에서 꿈조차 마비된 듯

내 뇌는 식은 재처럼 굳어 있고

표정은 경직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벤조디아제핀처럼 오랫동안 뇌를 억눌렀던 약물은

수 주에서 수 개월을 두고 서서히

GABA 수용체를 깨우며

내 감정의 회로를 풀어낸다고 한다.

항우울제가 닫아두었던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문도

시간을 두고 조심스레 열리고 있다.


나는 깨닫는다.

뇌의 신경가소성 —

전두엽, 변연계, 안면근육의 작은 회로들이

서로를 찾으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이 길은 한순간에 열리지 않는다.

3개월, 6개월,

어떤 이에게는 1년까지도 걸린다는 것을.

오랜 억눌림은

그만큼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어나서야 조금씩,

뇌의 구석구석이 온기를 되찾는다.

피가 돌고, 눈빛이 살아난다.

표정이 내 마음의 거울이 되어

세상과 다시 이어진다.

나는 그 느린 기적을 믿는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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