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드러나는 것들

by 신성규

나에겐 별다른 재주가 없다.

손재주도 없고, 기계를 다루는 것도 어색하다.

무언가를 만들어 팔지도 못하고,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낼 줄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내 앞에서 말을 하게 된다.

나는 듣는다. 아주 오래, 아주 깊게.


사람들은 처음엔 그냥 떠든다.

하루가 어땠고, 누가 밉고, 무슨 말을 들었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나는 그 이야기들의 흐름 속에서 어떤 구조를 듣는다.

어떤 결핍, 어떤 반복, 어떤 회피.

그들의 말이 끝나면 나는 되묻는다.


“그러니까, 네가 정말 말하고 싶은 건 이거야, 맞지?”

그들은 잠시 침묵하다, 놀란다.

“어떻게 그걸 알았어?”

나는 모른다. 단지 그 사람의 언어에 숨어 있는 무의식의 흔적을,

내 언어로 조립했을 뿐이다.


이건 오만이 아니다.

나는 단지 그들이 도망치고 싶은 감정의 그림자를 쫓는 것이다.

내가 말한 그 ‘무의식’은, 상대가 부정하고 싶은 마음의 기제일 뿐이다.

숨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온 말의 잔상.

나는 그 잔상들을 모아 그림을 만든다. 그리고 보여준다.

“이게 네 마음의 구조야.”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잊는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더더욱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그 흐트러진 말의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엮어주는 사람이다.

말의 직공. 보이지 않는 무늬를 드러내는 사람.

그게 내 재주라면, 나는 기꺼이 이 길을 간다.


하지만 고독하다.

내가 들여다본 사람들은 나를 외면하고, 내가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만이 나를 편하게 여긴다.

나는 누구의 무의식을 자극하지 않으면 편해지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를 불편해하고, 누군가는 나를 깊이 신뢰한다.

그러나 결국 나는, 말로 사람을 구해내는 사람이고 싶다.

숨기려 했던 마음까지도 다 말해줘서 가볍게 만들어주는 존재이고 싶다.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나는 그것을 말로 완성해주는 사람이다.

내가 가진 단 하나의 재주는, 다른 사람의 무의식을 말로 번역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오만이 아닌, 마음을 수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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