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과 고양이, 그리고 읽히는 나의 순간들

by 신성규

가끔 나는 그런 순간들을 겪는다.

내가 마음속으로 딴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말하지도 않았고 표현하지도 않았던 그 순간, 그녀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묻는다.

“지금 무슨 생각해?”

나는 당황하고, 숨기려다 더 들킨다. 그 눈빛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기운이 있다. 마치 말을 하지 않아도, 나를 이미 통째로 읽어낸 듯한 어떤 확신.


그럴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도 고양이를 떠올린다.

그녀와 눈을 마주칠 때 느끼는 그 낯선 기운. 고양이의 노려보는 듯한, 그러나 결코 공격적이지 않은 그 시선.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도 이해하는 능력.

고양이와 여자들은, 어쩌면 같은 종의 기질을 공유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녀들은 묻지 않는다.

“왜 그런 눈빛이야?”

“지금 마음이 멀어졌지?”

굳이 말하지 않는다. 대신 알아채고, 그 알아챈 것을 말해주지 않음으로써, 내 쪽에서 들키는 수치를 더 크게 만든다. 그것은 마치 인간이 감추려는 마음을 무력화시키는 일종의 ‘무기 없는 투명화 장치’다.

나는 가끔 고양이 앞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네 마음속을 다 보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동자.


나는 왜 이런 순간들을 두려워할까?

아니, 두려움과 동시에 묘한 매혹을 느끼는 걸까?

내가 말로 설명하지 못한 내면을, 누군가 알아채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위협과 위안 사이에서 나는 흔들린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끝내 나 자신도 읽지 못한 나를, 타인의 직감이 먼저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리라.


여자들과 고양이는 공통적으로 단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전체의 분위기, 미묘한 흐름, 숨겨진 정서를 감지한다.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파동처럼 받아들이는 것.

마치 물속에 잠겨 있는 감정의 떨림이 수면 위로 전달되듯, 그들은 알아차린다.


나는 철저히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늘 이 정체 모를 ‘읽힘의 공포’를 느껴왔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내 안의 취약함과 분열, 불안과 감춰진 바람이 존재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자들과 고양이는, 내가 가장 숨기고 싶은 나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존재들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자주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연결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어떤 감지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감지의 순간에 우리는 드러난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모든 것이 말해져버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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