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시

by 신성규

남자의 시선에서


그녀는 나의 불 앞에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나는 불이었고,

그녀는 아직 저녁이었다.


나는 내 말로 세계를 불태우고,

내 침묵으로 다시 만들었다.

그녀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나를 사랑했으나, 이해하진 못했다.


“넌 너무 깊어,”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멈췄고,

나의 깊이 속에서

그녀가 떠나는 발소리를 들었다.


나는 예술이라는 병을 앓는다.

그것은 눈빛으로 침범하는 감기고,

말 한 줄로 심장을 찢는 기술이며,

사랑보다 더 오래 남는 고통이다.


그녀는 내 안의 울부짖음을

초대장이 아니라

폭풍의 전조로 읽었다.

나는 그녀의 두려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천천히 눈을 내리깔고

나를 미지의 신처럼

조용히 추방했다.


나는 뜨겁고

그녀는 인간이었다.

나는 창조하려 했고

그녀는 살아남고자 했다.


이별은 그럴듯한 이유가 없었다.

다만, 내 열이 그녀의 살을 태웠고,

그녀는 나를 “위험”이라 불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불을 꺼뜨리지 못한 채

한 사람의 고요 속에서

조용히 타오른다.


———


여자의 시선에서


처음엔

그가 별을 보여줄 줄 알았다.

말 한 마디에 하늘이 움직이고

그의 침묵은 나를 환각처럼 감쌌다.


그는 나를 사랑했지만

나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더 먼 곳을 보았고

나는 그 시선 속에서 자꾸 작아졌다.


그의 말은 칼이었다.

아름답지만 날카로운 문장,

나는 그 말끝마다

가슴을 베이고도 웃었다.


그는 나를 꿰뚫어 보았고,

나는 벗겨진 채 떨며

그 앞에서 자주 아이가 되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으나

그가 나를 지나

세계를 껴안으려 할 때,

나는 그 품이 무서웠다.


그의 불은 나를 따뜻하게도 했지만

너무 가까이 가면

녹아내릴 것 같았다.

나는 사람이고,

그는 불이었다.


사랑은 꽃이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번개였다.

내가 물들기도 전에

태워버리는 그 격렬함이,

나를 도망치게 했다.


지금도 나는 안다.

그는 나를 미워하지 않았고

다만 자신을 멈추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가 부르지 않도록.

그가 따라오지 않도록.

아니, 그가 나를

더 이상 파괴하지 않도록.


나는 그를 사랑했지만,

감당하려 하지 않았다.

감동은 짧고, 공포는 깊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나는 평범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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