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된 정신이 펴질 때

by 신성규

중독에서 벗어날 때,

나는 뇌가 ‘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엔 보이지 않게 인상을 쓰고 있다.

얼굴 근육이 굳고, 이마가 늘 찌푸려져 있다.

뇌는 어떤 납작한 덩어리처럼 수축된 채,

안으로 말려 있다. 생각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감정은 탁하고 무거우며, 세상은 축소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감옥 같은 생각의 회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그 수축된 정신이 스르르 풀려나기 시작한다.


이마가 펴진다.

눈썹 사이의 주름이 풀리고,

표정이 살아난다.

그동안 사라졌던 웃음의 감각,

작은 일에도 미묘하게 반응하던 얼굴 근육들이 돌아온다.

나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다시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게 바로

스트레스에 절여져 있다가, 이완되는 순간이다.


나는 이 과정을 여러 번 겪었다.

식음을 전폐하고, 밤을 하얗게 새우고,

몸이 굳고 마음이 마를 때,

다시 뇌는 수축한다.

그건 단지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몸이 보내는 구조 신호다.

“움직여야 한다.”


중독은 정지 상태다.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물고,

같은 자극만 반복하며 감각을 마비시키는 상태.


그 반대편에는 움직임이 있다.

땀이 나고, 근육이 펴지고, 심장이 뛰고,

내가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감각.


움직이는 순간, 나는 다시 살아난다.

몸이 회복되면서 뇌가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감정이 다시 다양해진다.

무표정이었던 얼굴이

다채로운 표현을 되찾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움직이자. 숨쉬자. 펴자. 살아나자.


정신의 회복은 철학이 아니라 생리다.

수축된 뇌는 생각을 왜곡하고,

움직이는 몸은 무너진 마음을 일으킨다.

자유는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움직임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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