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시대

by 신성규

고지능자는 현대 사회에서 누구보다도 잠재력이 크다. 그들은 정보를 빠르게 종합하고, 구조를 파악하며, 복잡한 세계를 명료하게 재구성하는 능력을 지닌다. AI,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이 세계를 다시 짜는 지금, 이들은 기술과 사회 사이를 연결하는 지적 인터페이스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아직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고지능자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각하지 못한 채, 일반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이방인처럼 방황한다.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표면 아래를 들여다보고, 이면의 구조에 집착하는 그들에게 일반적인 사회 규범은 자주 비합리적으로 느껴진다. 타인의 욕구나 감정에 민감하면서도 그것에 복속되지 않으려는 갈등, 세상의 소음 속에서 고요하게 사고하려는 갈망이 이들을 사회적 이상치로 만든다.


우리는 정신지체아를 보호하고, 제도적으로 배려하며, 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한다. 그런데 왜 고지능자는 보호받지 못하는가? 그들은 단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때때로 이상하거나 비사회적인 존재로 분류된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보고 있을 뿐이다.


사실 지금은 정보의 시대이자, 곧 지능의 전쟁터다. 암기는 더 이상 두각을 나타내는 능력이 아니다. 모든 정보는 암기할 필요가 없어지는 시대다. 지식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공간지각력이나 계산력, 규칙 기반 추론력 등 인간이 자랑해오던 많은 지적 능력은 기계에게로 점점 위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이 남는가? 그 다음 시대는 아마도 ‘진짜 인간다움’이 새롭게 조명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단순히 인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 규칙의 구조를 뒤틀 수 있는 존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 즉 고차원의 창의성과 통찰력, 그리고 인류 전체의 방향을 사유할 수 있는 능력.


하지만 그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은 과도기다. 아직은 지능 자체가 중요한 시대다. 이 과도기에서 우리는 고지능자를 단순히 사회 부적응자로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사유의 선구자로 조직하고 활용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국가와 사회는 대답해야 한다. 지능의 다양성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 그리고 인간의 미래를 진지하게 사유할 수 있는 소수에게 어떤 공적 지분과 발언권을 부여할 것인가.


고지능자는 지금, 기계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다움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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