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햇빛을 보러 간다.
나의 이동 동선 중
가장 빈번한 발자국이 찍힌 곳은
사무동과 전시실을 연결하는 통로였으며,
두 번째 발자국은 사무동에서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남아 있었다.
먼저,
일하는 사람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
A3로 출력된 박물관뉴스 교정지와
펜 한 자루를 들고
사무동에서 도서관으로 건너간다.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서면
사무동의 공기가 바깥으로 밀려난다.
직원증을 찍고 출입문을 넘어 들어오면
나는 방문객의 속도로 걸음을 바꾼다.
사무동에서는
일하는 모드를 유지했지만,
도서관 문을 넘는 순간
나는 직원증을 주머니에 넣었다.
방문객이 된 듯,
내부의 공기에서
외부의 분위기로 갈아탄다.
이곳에 가면 하루 종일 걸려오는 전화를
잠시 피할 수 있었고,
넓은 창은 그날의 계절을 알기에 충분했다.
박물관 실내 공간 중
이 경치를 가장 좋아했다.
학술도서관인 만큼 분야는 한정되어 있었지만
책의 깊이는 끝이 없었다.
내 역량을 벗어난 한자로 가득한 책들은
조용히 다시 내려놓았다.
업무의 압박을 잠시 잊는 시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거리 위에
책과 책이 펼쳐져 있었다.
관람객과 직원의 구분 없이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전시실의 인기에 비해
이곳은 늘 한산했고,
나는 갈 때마다
앉고 싶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면서도
나는 다시 이곳으로 들어온다.
이곳은 안과 밖이
가장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장소여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사무동, 나의 자리로 내려간다.
관람객의 속도로 머무를 수 있을 때,
나는 가장 편안했다.
그래서
이 조용한 교차로에 들러
잠시 숨을 쉬고 돌아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