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물정원 | 박물관에서 산책할 때

나무가 있었기에 탑이 보였다

by 신선순

봄날의 바람이 불어오면, 그 흐름 속에 종일 앉아 있고 싶다.

하지만 매일 직장인의 삶이 그러하듯,

사무실 책상 앞에서

부산하게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봄이었고,

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명분을 앞세워

박물관 밖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4월이라는 봄의 리듬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전시동을 지나 경천사지십층석탑 뒤편에 있는 문을 통해

야외정원을 향해 나간다.



석탑은 날씨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무척 흐릴 때도 멋있지만

알록달록 봄의 색상 옆에 놓일 때면

더 품위가 살아나는 기분이다.


봄이 며칠 더 깊어지는 사이

박물관에 인턴이 들어오게 되었다.

출판팀에서도 한 명의 인턴을 배정받게 되었다.

열의로 가득한 인턴에게

건네줄 일들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녹취한 인터뷰 내용을 타이핑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고객지원실에 뉴스를 몇 권 가져다 두는 일 등등

몇 가지 도움을 받다 보면

더 이상 맡길 일이 바닥이 나곤 했다.


“전시실을 한 번씩 둘러보고 오세요”


한 손으로는 DSLR을 내밀며 말했다.


“오래 머물다 와도 돼요”


나 역시 다음 달 기획회의를 앞두고

재료를 찾아 박물관 주변을 걷는 횟수가 잦아진다.

꽃이 피고 훈풍이 부는 4월은

도저히 실내를 선택할 수 없었다. 무조건 밖이었다.

거울 못에 사는 오리와 안부 인사를 나누고,

최종 목적지인 석탑으로 향한다.


그런데 저 멀리 석탑과 함께

인턴과 그의 연인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보인다.

다정하게 어깨에 기댄 모습

배롱나무와 석탑, 연인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나는 오던 길을 되돌아,

다시 오리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