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틀 안에서 | 개구리 연적과 청개구리 마음

수정 금지

by 신선순

이번 달에도 원고가 도착했다.

나는 그 뒤편에서 문장을 고친다.

나는 늘 바랐다. 책을 열면 만나는 첫 글이 가벼운 마중물이 되어 사람들을 박물관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문장이 뭉쳐 있을 때면, 숨 쉴 틈을 마련하고 싶다.

도착한 원고는 한 면에 담기기엔 길었다.

한자와 외래어 표기를 다듬은 뒤, 몇 문장을 덜어냈다.

나는 뜻을 바꾸지 않고 속도만 바꿨다.

몇 시간 뒤, 학예사 선생님이 검토한 교정지가 다시 편집팀으로 돌아왔다. 교정지 위에 메모가 남아 있었다.


“수정 전 그대로.”


말을 접은 다음에는, 문장도 접게 되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짝, 마음이 먼저 뛰었다.

그 말은 수정 지시라기보다, 경계를 긋는 메모로 읽혔다.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수동적인 자세가 오히려 일을 순조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머리와 마음은 일치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내 안의 힘을 다른 방식으로 모으게 했다.


박물관의 유물을 가까이에서 보는 기쁨,

존경할 만한 학자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기쁨,

따뜻한 마음을 가진 동료들의 도움까지.

그래서 더 오래 고민하게 되었다.

이 균형이 나에게 맞는 자리인지에 대해.

그곳에서 내 자리는 직군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편집’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팔짝거리는 기분을 전시실을 걸으며 다독이기로 한다.

박병래 기증실 개구리 연적 앞에서 걸음이 멈춘다.


뚱한 개구리 얼굴에 내 표정이 겹친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마음은 아직 팔짝거리고 있었다.

그 팔짝거림까지도,

아마 내가 이곳에서 배워야 할 균형의 일부였을 것이다.



백자 동화 개구리모양 연적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