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는 유물들에게 보내는 편지

by 신선순

박물관에는 ‘유물 100선’이라는 책이 있다.

그 안에 실린 유물들은 대체로 교과서나 미술사 개론서에서 한 번쯤은 만나봤을 법한, 익숙한 얼굴들이다.

‘선(選)’이라는 말은 대표성을 뜻한다.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

한 시대를 요약할 수 있는 것,

국가와 제도를 대신해 말해줄 수 있는 것.

그 목록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언제나 늘 보아오던 얼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유물 100선’에 들어가지 못한

‘인기 없는 유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기가 없다는 말은,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대개는 충분히 설명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뜻에 가깝다.

서사가 부족했고, 대표성을 부여받지 못했을 뿐이다.

수백 년 전 태어나

수백 년쯤 인기 없는 유물로 살아가다

누군가 단 하나의 보물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유물들을 생각한다.

아직 충분히 불리지 않았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을 것들.

박물관은 때로 설명과 이름보다 먼저,

내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사물을 만나게 하는 곳이다.

이 글은 그 모든 유물의 이야기를

대신해 말하려는 시도라기보다,

관심을 기다리는 유물들에게 보내는

짧은 안부 편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