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역사의 길> 앞에 앉아
나는 다시 역사의 길 앞에 앉았다.
휴관일의 박물관에서, 아무도 없는 고요한 전시실을 걷다가
문득 자리를 찾아 앉았던 그곳.
빛은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들어왔고,
돌바닥 위에 떨어진 시간의 각도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날의 빛은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박물관에서 나는 어떤 것이 나의 발걸음을 늦추는지,
왜 설명문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알아보려고 애썼다.
국보와 보물의 이름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사물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고,
그 앞에 선 마음만 또렷하게 남았다.
나는 늘 그런 장면을 담아왔다.
스포트라이트의 중심보다 조금 비켜난 자리에서,
의미가 정리되기 전의 순간들에 마음이 갔다.
그래서 박물관을 떠나는 일은 감사하고 충만했다.
사물 곁에 오래 머무는 이 태도가
또 다른 시작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박물관은 참 멋진 공간이었지만,
그 한 단어로 다 설명할 수 있는 세계는 아니었다.
그 안의 수많은 문장과 사물과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박물관 밖으로 나가는 일은
야생으로 돌아가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막막하고 무모한 시작을 생각하면서
나는 가슴이 조금 뛰었다.
그곳은 내가 나의 취향을 알아보고,
내 근원에서 스스로를 다시 돌볼 용기를 배운 자리였다.
이제 나는 갈 곳을 잃은 방랑자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배운 시선으로
다른 세계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역사의 길, 오후 네 시의 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 도착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박물관의 빛에 감사하며,
역사의 길을 지나 박물관 밖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