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길 | 휴관일의 박물관

4만 평을 향한 발걸음

by 신선순

2010년의 박물관은 월요일이 휴무였다.

월요일이면 관람객을 맞이하던 문이 모두 잠겼다.

그날의 박물관은 특별전 준비, 전시실 정비, 청소 같은 일들로

조용히 숨을 고르는 시간에 들어갔다.

전시실의 냉난방은 꺼져 있었지만,

전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사무동에 머물렀고,

전시실은 좀처럼 비워진 공간이 되었다.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는 큐레이터 몇 분과

방호원 선생님들만이 전시동에 남아 있었다.


사무동에서 보안카드를 찍고 전시동으로 넘어갈 때면,

나는 4만 평의 공간을 향해 걷고 있다는 실감을 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나무 바닥에 울리는

내 발자국 소리만이 들렸다.

거대한 공간 안에서,

사물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끼어들지 않는 시간이었다.

고요한 채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드문 순간이었다.

외부와 차단된 두려움에는 미묘한 설렘도 함께했다.

나는 차분한 척하는 걸음으로 전시실로 걸었다.


이 월요일의 동선은,

여섯 해 동안 앓아온 내 월요병을 조용히 고쳐주었다.


‘원고 발굴을 위한 전시실 가기’,


나의 코스는 늘 비슷했다.

1층 선사·고대관에서 시작해서 2층은 천천히 오래 머문 뒤,

불교회화실 궤불이 걸리는 쪽 바라보이는

3층 계단 방향으로 올라가

두 팔이 사라진 철불좌상 앞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는 불교조각실 출구로 나온 뒤,

3층 난간에 서서 경천사 십층석탑의 상층부를

내려다보곤 했다.


관람객으로 가득 찬 일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텅 빈 공간 속에서 마주하는 경천사 십층석탑은

갈 때마다 늘 다른 이야기를 건네는 듯했다.


아마도 모든 조각이 분해되었다가 다시 이곳에 안착해야 했던,

탑이 가진 기구한 운명의 갈래 탓이기도 하겠지.


1층으로 다시 내려와 ‘역사의 길’에 서면 오후의 빛이 좋았다.


높은 창을 통해 들어온 노을이 대리석 바닥에 반사되었다.

오후 네 시쯤이면,

‘역사의 길’ 석탑에 정확히 햇볕이 떨어졌다.

그 빛은 매주 어김없이 그 자리에 도착했고,

나는 그 약속을 확인하듯 늘 그 자리에 가 있었다.

휴관일도 예외 없이 그랬다.


그렇게 다시 빛을 찾고

걷다가, 앉을자리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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