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어룡형 주전자와 그 밖의 토우들
1월호 표지의 주인공인
국보 제61호 청자 어룡형 주전자의 유리관을 열던 날은
유독 추운 월요일이었다.
날씨 때문이었는지,
국보를 꺼내는 날이어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시실의 공기는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촬영을 위해 유리관을 열어야 했다.
유리관은 큐레이터 선생님이 직접 열었다.
청자 어룡형 주전자의 각도나
위치를 바꾸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유리라는 경계가 사라지자
유물은 갑자기 너무 가까워졌다.
사진가는 미리 정해둔 표지 구도에 맞춰 움직였고,
나는 청자 어룡형 주전자를 중심에 두고
그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잠시 후,
사진가가 작은 귓속말을 전했다.
“혹시 실수로 깨지면 어떻게 돼요?”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겠지만
내 어깨가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저 국보님이 깨지면
오늘 밤 뉴스에 메인으로 나오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잊지 못할 레전드 스토리 원탑에 오르고,
가장 빠른 속도로
내 책상 자리가 사라지겠지.
국보 앞에서는
웃음조차 긴장 속으로 사라졌다.
<박물관신문〉의 표지에는
늘 이유가 분명한 유물들이 올랐다.
역사의 사건이 크거나,
왕의 손을 거쳤거나,
시대를 대표하는 누군가의 이름이 붙은 것들.
그렇지 않은 유물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난다.
표지라는 자리에 오르기에는
아직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러던 중,
특별전이 없었고, 큰 행사도 없던 달,
혼자서는 표지가 될 수 없던 유물들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크지도, 완결되지도 않은 토우들이었다.
토우의 촬영 역시 휴관일의 월요일이었다.
각도를 잡는 일도,
여러 토우들을 모아 하나의 무대를 옮기는 일도
놀라울 만큼 순탄했다.
이 장면 앞에서는
유물을 다룬다는 긴장보다
얼굴을 마주하는 마음이 먼저였다.
토우들은 주인공이 되었다.
청자 어룡형 주전자가
완벽한 미모의 얼굴이라면,
토우들은 덜 다듬어진 내 얼굴 같았다.
웃고, 삐뚤고, 허술한 채로
남아 있는 얼굴들.
국보의 긴장과
토우의 느슨함 사이에서
나는 하나의 취향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헤드라인을 좋아하지만,
각주는 애정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