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덤벙 무늬 사발
박물관이라는 거대한 고분 속을 걷다 보면,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쓰던 물건을
찾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왕이 쓰던 물건은
변기 하나라도 주목받지만.
어느 날 전시실을 돌다가
참 아름답게 생겼구나 하는 물건을 보았다.
흘러내린 패턴과 색이 마음 안에 꽂혔다.
나는 마음에 드는 유물을 만날 때면
햇빛 좋은 날을 골라
그 시대 배경을 영화처럼 꿈꿔본다.
그 한가운데 유물을 올려둔다.
왕부터 서민까지
골고루 쓰였던 꽤나
공평한 물건을 찾았으니
카테고리는 분청,
그 이름은 분청사기 덤벙무늬 사발이었다.
'덤벙'댄다 함은 들뜬 마음으로
아무 일에나 함부로 서둘러 뛰어드는 모양새를 뜻하고
'덤벙이'는 주변 사람을 조금 불안하게 만들고,
자기 일은 종종 놓치는 사람을 가리킨다.
덤벙이로 종종 불리던 내가
이 사발을 좋아하게 된 것은
우연만은 아니었다.
분청사기 덤벙무늬 사발은
대중적인 그릇이었다.
많이, 빠르게 만들기 위해
덤벙덤벙 백토에 넣었다가 가마로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매번 그 흘러내림이 달라
같은 얼굴을 한 사발을 만날 수 없다.
막 만들어내야 했기에
정교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그래서 더 자유로웠고
사발을 만들던 날의 찰나가 그대로 남아있다.
그리고
사발은 '막'이라는 수식을 붙여,
막사발로 불려 왔다.
청자, 백자처럼
티끌 하나라도 나온다면 가마 앞에서 깨부수어가며
완성해 간 그릇이 아니었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을 담아내던
일상의 그릇이
이토록 아름다워서 기뻤다.
덤벙 사발은
조금 엉성하게 살아온 나에게
보물이 되어주었다.
나는 막사발 '막'을 걷어내고,
커다란 사물로 기억한다.
관람객들이
이 사발을 기억해 주기를.
나는 조용히 마음의 스포트라이트를 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