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글 | 오후 6시 5분, 문화사업과

퇴근을 연습하던 시절

by 신선순

“신 선생 무슨 일 있어?”

“네? 아무 일 없는데요.”

“아니, 이 시간까지 퇴근을 안 하길래. 또 야근을 하나 해서….”


오후 6시 5분

퇴근 준비를 하며 쭈뼛거리는 나에게

과장님이 물어보셨다.


내 몸은 야근을 기억했다.

그래서 제시간에 퇴근하는 게 어색했다.

하지만 퇴근의 방식을

빠르게 바꿔 보기로 했다.


다음 날부터 5시 57분쯤 가방을 정리해 놓았고,

외투는 의자에 걸어 두었다.

오후 6시 정각, 사무실 문을 나섰다.

붐비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했다.

계단을 내려오며 이어폰을 꽂으면

딱 맞춰 흘러나오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시그널을 들으며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지 않은 해를 동작대교에서 볼 수 있었다.



규칙적인 퇴근과 저녁이 있는 날들이

나에게 수백날쯤 쌓이기 시작했다.

그 평온한 잔잔함 뒤로

새로운 시도를 할 만한 의지가 찾아왔다.


박물관뉴스는 유물의 이야기로 가득한데,

보이지 않는 장면을 찾아내 기사를 꾸려 보기로 했다.

중철제본의 특성상

4배 수로 구성되며 남게 되는 빈 면이 있었다.

그곳에 박물관 공간과 박물관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 보기로 했다.


우선 포토에세이를 쓰기로 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부터, 잘 닿지 않는 구석진 곳까지

카메라를 들고 부지런히 누볐다.


또 박물관을 작동시키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박물관 조경 이야기부터,

옛 관장님이 들려주는 오래된 역사까지

나는 그것들을 부지런히 받아 적었다.


물론 이런 시도는 박물관뉴스의 방식 안에서

넘어야 할 고개들을 마주하게 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책을 만들 때는

작은 변화 하나를 만드는데 공이 많이 필요했다.

새로운 시도는 늘 새로운 문제를 함께 데려오곤 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재미있는 박물관 생활이 필요했다.


나는 결과를 가늠하지 않은 채

박물관 안에서 나만의 역할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