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태하 Jun 12. 2024

서울 생활 10년, 우리집이 생겼다

1편. 상경, 이직, 투자실패

지방 출신으로 그곳에서 초, 중, 고, 대 전부를 다녔다. 대학은 그 지역에서 가장 좋은 대학에 입학했으나, 전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보았을 땐 미미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었고 좀 더 큰 판인 서울로 향했다.


서울 생활은 아는 형님 집에 얹혀면서 시작. 학생이었고 공부하기 위해 상경한 것이라 보증금은 물론이고 소득도 없었다. 부모님의 지원 또한 없었다. 무작정 상경하여 이 형님-저 형님-친구네 자취방에서 총합 3년을 얹혀살았다.


직장을 구하면서 독립생활이 시작됐다. 처음으로 5평 남짓한 원룸에서 혼자 살게 되니 정말 좋았다. 알바하면서 한 달 50만 원으로 살다가 직장 다니며 백만 단위의 월급을 받게 되니 삶이 한결 나아졌다.


회사 회식도 참 좋았다. 회사는 돈도 주는데, 밥과 술도 공짜로 준다. 상사와의 관계만 괜찮으면 평소에 잘 먹지 못했던 회, 고기, 족발,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체중이 엄청나게 불면서 비만이 됐다. (이때 이후로 계속 비만인 듯)


소비도 많이 했다. 돈 없던 갈증을 해갈하듯 월급 받기 전부터 신용카드로 탕진했다. 카드 결제일에 돈이 없어 빌리기도 했다. 맛있는 밥, 안주, 술 사 먹고, 그동안 신세 지고 고마웠던 사람들한테 한 턱 쏘기도 하고, 몇 년째 옷 몇 벌로 살다가 계절별로 옷 몇 가지씩 갖게 되었다. 부모님에게도 몇백만 원 드렸다.


어느 순간 정신이 들었다. 소득과 소비 조정이 필요했다. 서울에서 계속 살아내려면 이 수준의 월급과 소비 생활로는 힘들 것 같았다. 혼자 살게 되니 사야 할 생필품이 많아졌고 업무상 자동차가 필수인 직업이었기에 소비도 덩달아 늘어났다. 소득은 높아졌으나 소비 수준도 같이 높아졌기에 월 50만 원 모으면 잘한 것이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 방법은 이직이었다. 좀 더 돈을 많이 주는 회사로 이직해야 했다. 이직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기존 직장보다 연봉 2배 더 주는 곳으로 갔다.




입사 후 너무 좋은 동네로 발령됐다. 나의 기존 삶보다 생활 수준이 훨씬 더 높은 곳이다. 국내에서 Top 10 안에 드는 땅값인 동네다. 한 달에 150만 원 모으기도 힘들었는데, 사무실 앞 높다란 아파트의 25평은 10억이었다. (지금은 20억이다.)


부족한 상황에 마주한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조급증이 생겼다. 얼른 무언가를 해서 돈을 더 벌고 불자. 그렇게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남들 다 하는 주식, 펀드를 했으나 미미한 수익률이었고 무지성 투자라서 잃기 일쑤였다.


나름대로 공부하다가 남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투자에 대해 알게 됐다. 3개월 정도의 단기 사업 자금을 빌려주고 그에 대한 이자를 받는 방식이었다. 연 환산 수익률이 25%에 달했고 이 수익률이 잘 유지되면 거의 3년마다 2배씩(72 법칙)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거다. 이거면 내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확신이 생겼다. 모은 돈으로만 하기엔 성에 안 찼다. 신용대출까지 겼다. 뭐 잘못되더라도 얼마나 큰일 나겠냐고 생각했다.


투자는 생각대로 운명을 바꿨다. 모든 돈을 날렸다. 거지가 됐다. 폰지사기를 하는 업체였다. 뉴스 기사를 통해 보았는데 사기 피해액의 총액이 수백억원이라고 한다. 나처럼 지하고 욕심내고 조급 사람 돈이다.


망했다. 밤에 푹 잘 수 없었고 상실감, 우울감에 시달렸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다가도 계속 깻다. 어떻게 돈을 돌려받을지 수소문했고 변호사도 찾아갔다. 피해자들끼리 모여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사기 업체 대표는 징역 12년 형으로 구속됐으나 압류할 재산은 얼마 없었다. 이미 다 어디론가 빼돌렸다. 3년이 지나고서야 투자 원금의 일부를 돌려받았다.  회생 법원에서 배당해 줬고 원금의 8% 정도를 돌려받았다. 우리나라는 사기꾼들이 한탕해 먹기 정말 좋은 나라다.


실수를 인정해야 했다. 이때부터 극도로 절약했다. 투자한다고 설치다가 생긴 대출 원금부터 갚아야 했다. 돈이 생기는 족족 대출을 상환했다. 투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전액 다 갚는 데에 18개월 걸렸다. 이런 십팔-개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