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누 Aug 27. 2020

19살에 300만 원 들고 캐나다로 왔다 #13

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13 문화 차이


어렸을 때부터 유학생활을 했고, 꽤나 다문화적인 태국에서 6년가량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대학교 생활은 꽤나 문화적 충격이었다. 비록 짧은 대학생활이었고, 그마저도 아웃사이더로 보냈기에 캐나다 대학 문화에 완벽히 스며들진 못했지만,  그런 나조차도 적응하기 힘들었던 몇 가지 문화충격을 써보려고 한다.




1. 수업 분위기가 정말 자유롭다


   보통은 엄숙하고 조용한 한국 대학교의 수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잡담은 기본 옵션이고 매 수업마다 지각도 빈번하다. 교수님들조차도 지각을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지각해서 수업내용 놓치면 너만 손해지’라는 마인드다. 또 다른 점은 수업시간에 간식을 먹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는 점인데, 과자처럼 주전부리를 하는 학생들도 많고 샌드위치, 햄버거 등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학생도 많다. 개인적인 경험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음식은 다름 아닌 감자탕이다. 물론 아무리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라고 해도 수업 중 감자탕 한상을 차려서 먹는 건 다른 학생들도 충격적이었는지, 이곳저곳에서 힐끔힐끔 쳐다보긴 했다. 중국계 캐나다인 학생이었는데, 여담으로 이곳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음식은 단연 감자탕이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2. 교수님의 권력이 절대적이지 않다.


   따라서 교수님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다. 물론 교수님에 눈에 띄고 싶은 마음은 모두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는 아니었다. 수업 성적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인 것이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교수님과 수업 외에 밖에서 만나는 일도 없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한국 대학문화에서 충격받은 부분은, 교수님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는 것이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북미권 문화는 공과 사가 철저히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수업에서 만나는 교수님을 따로 사적으로 만나는 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또 다른 점은 교수님과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교수님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었다. 물론 Professor, 교수님이라며 격식을 차리는 학생도 있긴 했지만, 대다수가 그냥 교수님의 이름이나 성을 부르는 것이었다. 이 모든 건 교수님과의 관계를 수직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보는 문화가 전제로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 같다. 물론 나는 교수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입에 붙지 않아 졸업할 때까지 Professor를 이름 앞에 붙였었다.




3. 취업준비과정이 다르다


   한국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공시 채용을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공시 채용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매번 일자리가 있을 경우 구인구직사이트나 회사 웹사이트에서 직접 공고해서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 데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스펙을 중요시하는 한국기업들과는 달리 미국/캐나다 기업들은 경험과 능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흔히 말하는 ‘스펙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방학이나 시간이 있을 땐 시험과 자격증을 위주로 준비하기보단, 이곳저곳에서 아르바이트와 인턴을 경험해가며 준비를 한다. 또 인턴쉽이 중요한 이유는, 캐나다 기업들은 채용과정에서 인맥과 추천을 상당히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인턴쉽에서 인맥을 쌓아 정직원으로 채용되거나 직장상사의 추천을 통해 취업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도 인턴쉽을 통해 정직원으로 채용된 케이스다. 이력서의 스펙으로 지원자들의 능력을 평가하기보다는, 실제로 일을 같이 해본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걸 선호한다.




4. 국제학생이 정말 많다


   캐나다의 최대 도시 토론토는 북미의 인구의 상당수가 이민자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토론토의 사회적 분위기는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이며 난민에게 관대한 정책이 있기 때문에 유학생과 새이 민자가 굉장히 많다.

   자연스럽게 학교 내에서도 같은 문화끼리 삼삼오오 모여 뭉쳐 다니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마음과 언어가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다니는 게 편하기 때문에 그렇다. 캐나다 문화에 완전히 스며들겠다며 굳은 다짐을 하고 온 나조차도 한국인 학생 몇몇과 학교 관련해서 연락을 주고받았었고 굉장히 편했던 기억이 난다. 교내 각종 동아리 및 프로그램들도 다문화도시에 걸맞게 다양하다. 인도 학생들을 위한 인도 학생회, 멕시코 문화를 전파하는 동아리, 그런 다양한 문화들을 체험하고 싶은 학생들이 모이는 동아리 등, 학교 내에 작은 세계가 이루어진다. 

   특이한 점은, 국제학생들은 서로의 문화가 다르더라도 국제학생들끼리 모이는 경우도 빈번하다. 나도 베트남과 러시아 학생들과는 교류가 몇 차례 있었는데, 아무래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때 서로의 실수에 조금 더 관대하다는 점에서 서로를 편하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같은 이민자 입장으로써 서로에게 도움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을 자연스럽게 모이게 하는 것 같다.




5. 홈파티가 많다


사실 이 부분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이긴 했다. 나는 친구가 많이 없었기에 대학생활중 홈파티에 초대되는 경우는 많이 없었지만 졸업 후 회사 생활하면서 홈파티에 종종 참여하곤 했다. 한국에 비해 서양문화에서 더 흔한 이유는 뭘까? 이곳 캐나다의 술집들은 한국처럼 늦게까지 문을 열지 않는다. 아예 법적으로 2시 이후에는 술집에서 술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밤새도록 술 마시며 노는 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홈파티를 통해 늦게까지 노는 걸 선호한다.

   보통 홈파티를 할 때는 주최자가 모든 술과 음식을 준비하지 않고, 간단히 먹을 음식들과 소량의 술만 준비하고, 파티에 오는 사람들이 각자가 선호하는 술을 가져오는데, 이것을 Bring Your Own Drink, BYOD라고 부른다. 나는 소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보통 작은 여행용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소주를 홈파티에 들고 가는데, 소주를 평소에 즐겨먹는 캐나다인도 적지 않고, 소주를 처음 맛보고 “밍밍해서 좋다, 싱거워서 싫다”라는 등, 다양한 리액션을 볼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프렌즈로 쉽게 배우는 영어 표현 #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