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지 않고 걷습니다

우리는 산책이 필요해

by 장서나

요즘 달리는 게 유행입니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지신 분들이 많지요.

그런데 오늘 저는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천천히 걷기.

산책에 관한 이야기예요.

속도를 늦춰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

이 음악을 들으며 제 글을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지금, 이 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어요.

�마음산책 | 10분 자연 명상 �– 백로와 청둥오리, 그리고 흐르는 시간 ⏳시간의 서재



최근에 혹시 느리게 터덜터덜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늘 빠르게 걷는 편이에요. 빠르게 걸어야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이기도 하지만, 할 일이 많고 시간이 없어서 쫓기듯 걷거나 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며칠 전, 오랜만에 걸어봤어요.

가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운 마음에 한번 걸어야겠다 싶었지요.

전에 자주 다녔던 산책길로 갔는데, 뜻밖의 발견을 했어요.

새들이 많아졌더라고요. 다 자란 어른 새들은 종종 봤었지만, 아기 새들은 처음이었어요.

청둥오리 새끼들은 여러 마리가 줄을 서서 물 위에 종종종 떠 있었고,

백로 새끼는 엄마·아빠 옆에 붙어서 조금씩 날고 있었답니다.


그냥 새들이 아니라,

'새 가족'들을 보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는데, 전혀 몰랐구나!

오늘 산책을 나오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겠네.'

이런 생각이 드니, 그 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소중한 '행복'을 느끼고

저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내는 힘』다섯 번째 글,

< 뛰지 않고 걷습니다 > 이야기 시작합니다.^^





"오늘 엄마랑 갈 곳이 있어."

"어딘데?"

"일단 엄마 믿고 따라와 봐! 우리 모험을 떠나는 거야!"


토요일, 여유로운 오전 시간. 세 아이를 다 이끌고 집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며칠 전 혼자 산책하며 백로와 청둥오리 가족을 발견했던 곳. 토요일이면 으레 엄마가 미리 정해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기에,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나선 아이들이다. 걸어서 가면 분명 다리 아프다고 징징 댈 게 뻔하니, 킥보드도 하나씩 챙겼다.


"엄마, 이쪽이야, 저쪽이야?"


생각해 보니, 킥보드 타고 꽤 멀리 나간 게 거의 처음이었다. 어디를 가게 되면, 늘 막내는 유모차에 태우고 큰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앞서가곤 했다. 뒤에서 큰 목소리로 부르면서 유모차를 밀며 뛰는 게 일상이었다. 이제는 어느새 막내가 커서 세 아이가 쪼르르 킥보드를 탄다. 새 보러 가는 아이들 모습이 새 같다.




아이들을 쫓아가는 길, 머릿속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며칠 사이에 혹시 새가 없어졌으면 어쩌지? 아이들이 별로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


역시나. 대부분의 걱정이 그러하듯, 걱정은 걱정일 뿐이었다. 여러 마리의 새들이 유유자적하고 있는 하천 모습에 아이들이 정말 기뻐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저기에도 있다고 나에게 일러주느라 바빴다. 내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았던, 작은 새끼 청둥오리들을 찾아냈다.


"어머! 어머머머! 어머!" (내가 제일 감탄 중. 새끼들은 어쩜 그렇게 귀여울까!)

"나는 것도 잘 볼 수 있고 좋은데?!"


하천을 따라 내려가니, 이번엔 큰 청둥오리들이 물 위에서 날개를 한껏 펴고 날개를 말리는 중이었다.

"저렇게 말린다고? 웃긴데?!"


잔잔히 흐르는 물.

유유히 낮게 나는 새.

물 위에서 함께 줄 서서 떠 있는 새.

맑은 하늘.

적당히 선선한 바람.

그리고 좋아하는 아이들.


그 순간, 마음이 고요해졌다. 물소리, 새소리, 아이들 웃음이 한데 어우러져, 세상이 잠시 멈춘 듯 평화로웠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도 충분한 듯한 느낌이었다. 마음이 분명히 채워지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그건, 같이 나눌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나 혼자 느끼던 순간도 행복했지만, '우리'는 더 큰 행복으로 '함께' 느꼈다.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평안을. 새 가족이 새삼 느끼게 해준 생명의 아름다움을.



바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주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느낄 수 있게 돕지 못하는 건 아닐까. 삶의 모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너무 꽉꽉 채우려고만 하고 있진 않을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게 해주고 있는가. 나 자신은 어떠한가.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진정으로 필요하다는 걸 잊고 살았구나....


우리에겐 천천히 걷는 산책도 필요하다. 마음 맞는 이와 나란히 걷다 보면, 계절의 냄새가 먼저 다가오고, 작게 피어난 들꽃이나 떨어진 나뭇잎 하나에도 마음이 머문다. 그 느림 속에서 함께 나누는 말 한마디, 웃음소리, 맞잡은 손의 따스함을 느끼며 오늘을 살아간다.




거창한 행복은 아니지만, 이런 순간들이 모여 일상을 단단하게 해 준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은 행복을 차근차근 기록한다.


산책길에 만난 작은 행복을 놓칠세라 잘 붙잡아, 같이 기억할 이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글로 잘 담아둔다.


언제고 이 순간을 꺼내야 할 때가 반드시 올 테니까.





글에는 미처 적지 못했지만,

이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꽤나 다이나믹합니다.

세 아이와 함께이니, 그냥 그렇게 끝나지 않을 수밖에요.


다들 감상에 젖어 있는데,

둘째 녀석이 배가 고프다고 난리지 뭡니까.

진짜 좋았는데!

그 와중에 집 근처 뷔페를 가고 싶다고....

배고프다는 아이를 달래가며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와서 뷔페를 먹고,

뷔페 놀이방에서 한 시간을 더 논 후에(왜 초등학생들이 뷔페 놀이방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무리로 코인 노래방에서 한 시간을 노래 부르고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는,

길고 긴 하루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하천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던 그 시간이 좋았던 건 변하지 않죠!


매일의 빠르게 사는 일상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늦추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적 없이, 속도도 잠시 내려놓고, 그저 걸어보는 겁니다.

마음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요.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던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라는 책에서, 자연이 주는 정신적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식물, 초목, 물을 비롯한 다른 자연적 요소와 접촉하면 우리는 즉각 아드레날린 분비가 줄고 혈압과 심박수가 떨어진다. (…) 지평선이나 광활한 경치에 시선을 던지면 주변 환경을 바라보고 지각하는 관점이 변하게 되고, 뇌간에서 불안과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는 기제가 발동한다.

그저 시선을 자연으로 옮기기만 해도 신체 반응이 달라진다니, 정말 신기하고 놀랍지 않은가요?




가을이 가기 전에,

자연 속에서

천천히 산책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때만은 잠시, 뛰기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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