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 대신 세신

뜨끈한 목욕탕과 따끈한 음식!

by 장서나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워졌죠?

자고 일어나니, 가을은 건너뛰고 겨울이 온 것 같은 날씨더라고요. 근데 갑자기 '목욕탕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떠오르더란 말이죠. 뜨끈한 열탕에 지지고 싶은 마음도 들고, 세신 한번 시원하게 받아볼까 싶기도 했죠.


◎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

이 음악을 들으며 제 글을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지금, 이 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어요.

Playlist l 신카이 마코토 애니 OST 감성 피아노 연주 모음



목욕탕에 갔습니다! '일상의 행복 찾기'에 딱 맞을 거 같아서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혼자 목욕탕에 온 게 처음이더라고요.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말입니다. 동네 친구에게 연락해서 같이 갈 수도 있었지만, 왠지 혼자 가보고 싶었어요.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내는 힘』네 번째 글,

< 마사지 대신 세신 > 이야기 시작합니다.^^





초등 둘, 유치원 하나. 아이 셋을 키우는, 마흔 넘은 엄마의 몸 상태는 어떠할까.

'그냥 누가 손을 대기만 해도 시원한 상태'

이렇게 이야기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마사지를 받으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마사지를 받았던 게 언제였던가. 막내를 출산하고 나서 조리원에서 실컷 받았었지. 참 좋았는데....

지금도 시간을 내어 마사지를 받으러 가도 되지만, 마사지 한 시간 반 받고 나면 온몸이 축 처지는 그 느낌이 왠지 불편했다. 그리고 마사지는 한 번만 받아서는 안 되고, 꾸준히 받으러 다녀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목욕탕에 가는 것도 사실 비슷한 느낌이었다. 뭔가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근데 왜 갑자기 눈뜨자마자 목욕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잠시 나를 놓고 싶었던 걸까.



막상 혼자 목욕탕에 가려니 참 어색했다. 처음 가보는 곳인 데다가 혼자 세신 받으러 온 것도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두리번. 생긴 지 얼마 안 된 목욕탕이지만, 목욕탕은 원래 그래야 하는 것처럼 세신도 현금, 매점도 현금. 뭔가 화려한 실내복을 입고 계신 분께 여쭤보니, 세신 받는 곳에 세신 비용을 놓고 그 위에 키를 올려놓으면 된단다. 혹시 몰라서 현금을 준비해 가길 잘했다(세신 비용이 꽤 올라서 놀라긴 했다).



간단히 샤워하고, 내 순서를 기다리며 열심히 열탕에서 몸을 불렸다. 뜨끈한 열탕에서 요리조리 사람 구경도 하며 간만의 고독을 즐겼다.

'아, 시원-하다!'

원래 열탕이 이렇게 좋았던가. 하긴 아이들과 워터파크에 가도, 거기에 딸린 작은 목욕탕에 손 한 번 담그지 못했으니. 이게 얼마 만인가. 이런 게 좋아질 나이가 되고도 남았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세신사님이 오셨다. 몸에 비누칠하고 그대로 습식 사우나에 들어가 있으란다. 요새 추워져서 때가 잘 안 불어서란다. 세신사님만의 비법인가 보다.

"네...."

곧 내 몸을 맡길(?) 분이어서 그랬을까. 고분고분 공손히 대답하고, 세신사님이 부르실 때까지 습식 사우나에서 버텼다. 얼마 후, 세신사님이 습식 사우나 문을 열고 한마디 하신다.

"잘 있네."

나 칭찬받은 건가. 좋았어! 왜 세신사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까. 흠....



자, 이제 세신사님 말씀만 잘 들으면 되는 시간! 핫핑크 세신대에 누워, 팔을 올리라면 팔을 올리고, 뒤집으라면 뒤집고. 오랜만에 받은 세신의 첫 느낌은 '따갑다'였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 점점 시원하고 왠지 나른해지는 느낌이었다. 몽롱한 상태로 '이 일은 AI나 로봇이 절대 못 하는 일 아닌가?' 같은 잡생각을 하며, 내 몸을 온전히 맡겨버렸다. 마무리로 등과 목에 마사지까지 해주셨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코스였다. 원래 세신이 이 정도까지 시원하고 개운했었나. 기대한 것 이상으로, 온몸에 순환이 되면서 마사지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혼자 목욕탕에 왔을 뿐인데,

온 김에 세신을 받았을 뿐인데,

이렇게 좋을 수 있나.


'아, 너무 좋다!'


세신을 마친 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왔다.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니 한결 혈색이 좋아 보였다.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찬 바람이 불었지만, 그래도 춥지가 않았다.

몸이 가벼웠다. 걸을 때마다 개운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내겐 거창한 계획이나 여유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가고 싶다는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무래도 겨울이 오기 전에 또 한 번 오게 될 것 같다.

아니, 분명히 올 것이다.

찾았다, 행복!




가고 싶다가도, 막상 가려고 하면 귀찮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목욕탕에 가고 싶어서 집 근처 목욕탕 앞까지 가고서도, 목욕탕에 들어가기까지 괜히 망설여지더라고요.

망설이다가 안 갔으면, 뜨끈함 속에 개운함을 절대 못 느꼈겠죠?


역시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땐,

하는 게 답인가 봅니다.



마무리로 목욕 후 필수인 바나나우유까지 먹으려고 했는데,

목욕탕 매점에서 바나나우유가 이천 오백 원이더라고요.

차마 못 사고, 대신 김치만두를 사 와서 먹었습니다.



뜨끈한 김이 오르는 만두 한입에,

마음까지 따뜻하게 꽉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괜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또 다음 행복은 어디서 찾게 될까 기대가 되기도 했고요.


오랜만에 뜨끈한 목욕탕과 따끈한 음식, 어떠세요?

물론, 세신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