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행복

나를 웃게하고 울게하는

by 장서나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내는 힘』, 벌써 세 번째 글입니다.



◎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

이 음악을 들으며 제 글을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지금, 이 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d_UJzKQRnvo



이 브런치북을 기획하게 된 건, 저의 일상을 새삼 돌아보면서 그 안의 작은 행복을 기록해 두려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연재를 시작하고 매주 하나씩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글을 쓰기가 힘들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행복합니다. 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사람 사는 맛을 넘치도록 만끽하고 있으니까요(삶이 무료한 분은 저희 집에 한번 오시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와는 별개로, '나만의 행복'을 찾아서 쓰고 싶었습니다. 한 주 동안 뭘 써야 할지 열심히 찾아보고 고민했어요. 마침 연휴여서 가족들과 계속 붙어있으니 더 찾기 힘들었던 걸까요?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 말고 뭐가 있을지 골똘히 생각해 봐도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아....

내가 나 나만의 행복을 소홀히 했구나.'


어쩌면 이 브런치북을 기획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다가 '행복을 모아야 한다'라는 그 한 줄 때문에 연재를 결심하게 된 건, 스스로에게 "너 자신도 좀 살펴봐 줘. 관심 좀 가져줘."라는 말을 건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고, 나름 즐거움을 찾아가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나름'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제야 비로소, 매주 글 하나를 발행하는 것이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 이상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 아이 엄마의 행복 찾기가 이렇게 비장할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진지하게 저를 돌아보고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볼까 합니다. 어쩌다 보니 무슨 미션같이 되었군요. 뭐가 되었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작은 행복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요.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도 한번 떠올려보세요.

'내가 만약 일상의 작은 행복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면,

어떤 것들을 적을 수 있을까?'



< 한밤의 행복 > 이야기 시작합니다.^^





늦은 밤,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이 되어서야 밤의 고요를 느낄 수 있다. 싱크대에 설거지는 넘칠 듯 쌓여있지만, 애써 못 본 체 부엌 불을 꺼버리고 소파에 앉았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싶은 밤이다.



언제부터인가 마음에 끌리는 드라마 한 편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첫 화부터 몰입이 잘 되고, 적당히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야 한다. 이제 로맨스는 잘 와닿지 않고, 스릴러는 정말 있을법한 이야기여서 무서워서 못 보고(공포보다 더 무섭다), 너무 억지 드라마는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불편하다. 적당히 유쾌하고 해학이 있는 건 좋은데 너무 유치한 건 또 싫다. <폭삭 속았수다>, <중증외상센터>, <사마귀>, <살인자ㅇ난감>, <나의 해방일지> 등이 그 미묘한 기준들을 통과한 작품이다. 그런데 요즘은 드라마를 OTT로 보다 보니, 한번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마지막 화를 다 볼 때까지 밤마다 드라마만 보게 된다.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하기 쉽지 않은 이유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떠한가. 드라마는 보다가 중간에 너무 피곤하면 그냥 멈추고 다음에 또 이어서 봐도 괜찮다. 그런데 영화는 그게 안 된다. 2시간 정도의 비교적 짧은 러닝 시간 내에 다 담아내다 보니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쭉 봐야 한다. 그래야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의 호흡과 감정선이 이어지면서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게 된다. 드라마에 비하면 짧지만, 육퇴 후 2시간은 꽤 부담스럽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영화만 봐도 자정이 넘어가 버린다.



그럼에도 가끔, 아주 가끔, 한밤의 영화가 보고플 때가 있다. 지난밤이 그랬다. 긴 연휴를 보내고 집에 돌아온 뒤 뭔가 채우고 싶은 것처럼. 드라마도 싫고, 예능도 싫고, 영화가 보고 싶었다. 2시간짜리 진하게 꽉꽉 채워진 작품이. 처음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볼까 했다. 그런데 이 영화 저 영화 둘러봐도 내키지 않았다. 결국, 전에 개봉 소식을 듣고 반가웠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를 골랐다. 네이버 영화 평점 9.09 확인하고, 엄마가 된 브리짓의 이야기라는 것까지만 알고 바로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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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유쾌하게 시작된 영화는 결국 나를 눈물 나게 했다. 아주 주룩주룩. 세월이 흘러도, 상황이 변했어도, 브리짓은 이번에도 그녀답게, 그녀다운 방식으로 웃고 울게 했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았다. 20대였던 그녀가 5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사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에 가슴이 먹먹했다.






영화가 끝난 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브리짓의 삶이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고, 허둥대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사랑하려고 애쓰는 사람. 매일 정신없이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웃을 수 있는 순간은 분명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괜찮다고 자신을 스스로 다독였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밤.

그렇게 나는 나만의 행복을 다시 찾아냈다.



소란한 하루가 잠든 시간,

조용한 행복이 깨어났다.






영화에서 브리짓의 연인이었던 다니엘이 브리짓에게 "내가 어쩌다 의지할 사람 없는 처지가 됐을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당신이 부러워. 애들과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내가 얼마나 엉망으로 살았는지 깨닫게 돼. 많은 걸 놓치고 살았지."라고 하죠.


나만의 작은 행복을 찾아 영화를 보았는데, 결국엔 영화 속에서 또 엄마로서의 저를 봅니다. 어쩔 수 없는 걸까요. 결국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줄 알고 누릴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오롯이 나 혼자만의 행복만 추구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소금빵에 소금이자 피자에 치즈 같은 존재들이 있는 이상,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 제목처럼,

따로 또 같이.

'우리'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며

따뜻하고 은근한 행복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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