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 않아도 함께

제주가 내게로 왔다

by 장서나

안녕하세요, 장서나 작가입니다.

유난히 긴 추석 연휴입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얼굴을 마주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제주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희 시댁이 제주도거든요.


이 얘기를 하면 다들 부러워하더라고요. 명절 때마다 제주로 여행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희는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일 년에도 몇 번씩 제주를 오갔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비행기 안에서 토하는 일도 많았어요. 공항에서 유모차를 끌며 우왕좌왕하던 기억도 납니다. 사실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죠.

이제야 고백하지만, 결혼 후 십 년간은 시댁에서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았어요. 몸은 쉬어도 마음은 늘 긴장이 되었죠. 이제는 이렇게 글을 쓸 여유도 생겼네요.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내는 힘』, 그 두 번째 이야기로 '결혼하고 만난 또 하나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결혼을 하면 새로운 가족이 생기잖아요. 나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들을요. 그 다름이 때로는 낯설고, 마음이 편하기만 한 건 아닐 수 있죠.


<같지 않아도 함께> 이야기 시작합니다.^^


https://buly.kr/CM093xO

◎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

이 음악을 들으며 제 글을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지금, 이 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어요.




아직도 가끔 신기한 게 있다. 내가 세 아이의 엄마라는 것. 그 아이들을 내가 다 낳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제주도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제주도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제는 1년에 몇 번씩 비행기를 타고 오가며 (내가 정말 사랑하는) 제주 바다를 만나는 사람이 되었다.



그저 한 남자를 사랑했을 뿐인데, 제주가 내게로 왔다.

그리고 제주도의 문화도 함께 따라왔다. 첫 명절 때,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차례를 지내러 수십 명이 방문했고, 남자들이 다 식사를 마치면 그제야 부엌에 있던 여자들이 밥을 먹었다. 설거지는 커다란 대야 여러 개에 쌓였고, 제주 말이 낯선 만큼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다.


집안의 분위기도 달랐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다 바로 표현하는 우리 집과는 달리, 시댁에서는 밥도 조용히 먹고 감정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도 부모님을 세심하게 챙기고, 사소한 부탁도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성심껏 도와드린다. 시부모님께서도 자식을 깊이 믿으시고 존중하신다.


처음에는 보이는 모습에 좀 의아했다면, 이제는 안다. 그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이라는 걸. 자식 사랑의 방식이 다를 뿐, 사랑의 깊이는 다르지 않다는걸.


그리고 그 다름을 받아들이게 된 것,

그게 아마 결혼 후에 배운

가장 큰 '마음의 힘'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서로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거리로 다가서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거리는 조금씩 따뜻하게 채워졌다.


어머님은 계절마다 제주 키위, 용과, 귤, 한라봉, 레드향 등을 보내주신다. 택배 상자를 열면 상자 가득 향긋한 과일 위에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다 먹으면 또 보내줄게. 실컷 먹어라!"

아이들이 신나 하며 전화를 걸어 "할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외치면, 부모님의 마음도 향긋하게 채워졌으리라.


가끔 우리 집에 올라오실 때도 항상 빈손으로 오지 않으신다. 흑돼지며 갈치, 옥돔을 손질하여 잘 포장해서 가져오신다. 아이들에게 요리해 줄 때마다 "이거 제주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거야!"라고 꼭 일러준다. 마치 "제주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희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셔."라고 하듯, 먹을 때마다 꼬박꼬박 말해준다. 부모님 사랑의 온기가 아이들에게 온전히 전해지길 바라며....


공항에서 헤어질 때면, 늘 꼭 안아주신다. 사실 처음에는 내가 먼저 안아드렸다. 그때는 조금 어색해하셨지만, 이제는 먼저 다가오셔서 "조심해서 가라" 하며 등을 토닥여주신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품에서 참 많은 마음이 오간다. 일일이 말로 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 어쩌면 그렇게 건네받은 마음이 매일을 살아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 후 오랜 시간 동안 낯설기만 했던 그 섬이

이제는 내 마음이 쉬어가는 두 번째 고향이 되었다.


결국 사랑은,

익숙함이 아니라 이해에서 자란다.




사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우리 가족은 제주에서 3박4일만 머물 예정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짧게 보내는 일정이었죠. 그런데 다시 일정을 바꿔, 8박9일 동안 머물게 되었습니다.

저희 시어머님의 아버님(아이들 외증조할아버지)께서 갑작스레 돌아가셨습니다. 마음이 무겁지만, 어머님을 생각하며 글을 적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