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우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작년 여름부터, 독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THE읽는엄마>라는 어엿한 이름도 있지요.
저를 포함해서 동네 엄마들 셋이서, 2주에 3권씩 읽는―나름 빡신(?) 모임이랍니다.
저희 독서 모임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어요.
모임장이 책을 정하는 게 아니라, 각자 한 권씩 골라서 다 같이 읽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취향이 아닌 책도 읽게 되고,
혼자서는 읽을 엄두를 못 냈던 책도 읽게 됩니다.
◎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
이 음악을 들으며 제 글을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지금, 이 음악을 들으며 쓰고 있어요.
☞ �읽고 쓰는 시간 | 시간의 서재 ⏳ 공부, 독서, 글쓰기 15분 집중 피아노 음악 | Calm Piano for Reading & Writing | @timeforseniors
혹시 책을 좋아하시나요?
책을 읽고 누군가와 책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있나요?
상대가 나를 판단할지 걱정되는 마음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릅니다.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내는 힘』여섯 번째 글,
< 우리가 함께 읽은 54권의 이야기 > 시작합니다.^^
THE읽는엄마.
우리 셋은 '읽는 엄마'들이다. 작년 여름, 우리는 겁 없이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엄마 셋의 아이들을 다 모으면 아이가 여덟 명. '여유'와는 거리가 먼 엄마들. 어떤 용기가 우리를 이끌었을까.
톡톡!
「재미있겠어요! 두근두근~ 」
2주에 한 번씩 한 시간 반 동안 모임을 하고, 또 바로 다음 책을 골라서 카톡방에 올려야 한다. 처음엔 책 고르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부담' 보다는 '기대'로 책을 고른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십 권의 책을 함께 읽다 보니, 셋이 고르는 책이 비슷한 흐름을 갖게 되었다.
분명 서로 의논하지 않고 각자 고른 책인데, 세 권의 책을 읽다 보면 묘하게 이야기가 연결된다. 한 책에 나오는 내용이 다른 책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나오기도 하고, 소설 속 주인공들이 닮기도 한다. 소설 속 인물에게 같이 읽었던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독서 모임 시간 외에 따로 만나서 밥을 먹으며 대화하다가도 문득문득 함께 읽었던 책의 내용이 생각나 같이 또 얘기하기도 한다. 잘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서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책이 너무 어려워서 읽기 힘들었을 때는 어떻게든 각자 이해한 부분을 꺼내놓고 나눈다. 그러다 보면 또 책이 조금은 이해되기도 한다.
어떨 때는 주인공을 두고 서로 토론 아닌 토론을 하기도 한다. 누구는 너무 답답하다고 하고, 누구는 안쓰럽다고 한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서로 생각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거기에 정답이 없다는 것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어도 마음 상할 일이 없고, 오히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며 새로운 관점을 발견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인가.
그야말로 '할 일이 줄 서 있는' 나날을 바쁘게 살다 보면, 2주 동안 세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다. 그래도 모두 '꾸역꾸역' 어떻게든 다 읽고 온다. 밀린 숙제하듯, 전날 밤 꾸벅꾸벅 졸며 읽더라도, 독서 모임 시간까지 수험생처럼 읽는다. 혹여 다 읽고 오지 못해도 그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 없는데도. 어떻게라도 다 읽고 와야 같이 이야기 나눌 때 신날 걸 아니까. 그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할 무렵엔 내가 첫 책을 한창 마무리하고 있던 중이었다. 아이들 때문에 매일 만나는 사이라서, 가까이에서 내가 책을 출간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이들이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책을 함께 읽어왔고,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출간 후 책 쓰기 강의를 시작했고, 강의가 인연이 되어 시니어 인문학을 연구하게 되었다. 다른 한 명은 독서 모임을 시작한 뒤 동화 습작을 시작해서 여러 편의 동화를 계속 쓰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얼마 전부터 1일 1그림 챌린지를 시작해서 꾸준히 그림을 그려 올리고 있다.
책 쓰기, 동화 쓰기, 그림 그리기.
모두 창작자가 되었다.
책만 같이 읽었을 뿐인데,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자기의 길'을 찾았다. 함께 성장하고 도전한다. 서로 분야가 다르니 시선과 관점이 달라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준다. 모임 중 대화 속에서도 서로 다른 인사이트를 얻는다. 그렇게 또 각자의 길을 한 발씩 내디딘다. 그걸 서로 지켜봐 주고 진심으로 응원한다.
내년 여름엔 우린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멈춤’의 시간이다. 매일의 분주함 속에서 잠시 멈춰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는 일. 그 멈춤의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THE읽는엄마>의 시간은 그렇게 흐른다.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하고, 또 자기 삶을 살아내는 사이사이마다 책 한 권을 펼친다. 그리고 그 책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읽고,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난다.
책은 우리를 연결해 주었고, 그 연결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거창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꾸역꾸역 읽고, 쓰고, 나누는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매번 조금 더 단단해진다.
우리의 독서는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문장이 내일의 삶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또 한 장을 넘긴다.
독서 모임을 시작하고 일 년이 되어갈 즈음, 우리가 읽었던 책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54권.
숫자로 보니 새삼 놀랍더군요!
일 년을 마무리하며,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나눠보는 시간도 가졌지요.
처음 책 고르기도 버거워했고, 세 권을 다 읽는 게 부담이던 우리가
어느새 꾸준히 읽고 나누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그 시간이 고맙고 대견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미니북을 만들어 선물했답니다.
마지막 장에는 서로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어 넣었어요.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만남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이익이 될지 계산하지 않고, 그저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때,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위로와 힘이 생기나 봅니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웃으며 쌓은 시간은
책 한 권씩 더해질수록 더욱 소중해집니다.
오늘도 또 책을 고르고, 읽고, 만날 준비를 합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이 시간만은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읽을 책들은 또 어떤 변화를 선물해 줄까요.
오늘, 당신의 곁에도 그런 ‘읽는 사람들’이 있기를.
조용히 마음을 나눌 이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