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잠시라도 벗어날 줄 알았고,
떠나면 잊을 줄 알았다.
종일 새로운 장소, 그곳의 곳곳들을
마주하며 떠오르지 않았는데
날이 어두워지면서
가슴 한 켠에서
무언가 불안하고,
지금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으로 꽉 차버린다.
앉아있던 숙소 의자를
도로 탁자 안으로 넣어두고
가방을 둘러매고는
역으로 향한다.
나의 불안이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온지도 모른 채
다가오는 역을 바라보다
긴 한숨을 내뱉는 사이
불이 켜진
어느 작은 서점을 발견하고는
발길을 돌린다.
누군가의 통증이 묻어난 책이,
누군가의 슬픔이 아린 책이,
누군가의 좌절이 퍼진 책이
솔직하게 드러난 책방에서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이 뭔지 모르면서
그냥 따뜻하게 맞아준다.
눈물이 날 뻔 한 걸 겨우 참는다.
그냥 모든 게 날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는 듯해서
더 오래 있고 싶어 진다.
결국 어느 작가의 책 앞에서
눈물이 깜빡 흐르고,
다시 또 흘러
얼른 훔쳐내고
다른 작가의 책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다시 눈물이 나면
그 작은 서점 안을
조금씩 옮겨가며
또 다른 작가의 책을 바라본다.
뭐 이리
마음을 흘러내리게 하는지
아까의 불안이 부서져
바닥에 가루만 남아있다.
나의 불안이
왜 왔는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오늘은 그렇게
날이 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