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악몽에 시달리던 나, 무슬림 퇴마사에게 악령퇴치를 의뢰하다
나는 작년 말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 사마르칸드에서의 유학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이었다. 겉모습만 친절해 보일뿐 실제론 차갑고 이기적인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신변안전의 위협에 홀로 맞서야 했다. 일 년 가까이 이어진 중국 공산당원의 집요한 도발과 폭력에서 나를 구제해 줄 우즈베크인은 아무도 없었다. (중국 대사관의 스파이였던 그는 내 위구르 연구를 방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물리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나는 지쳐갔고 잠이 들 때면 난생 겪어본 적 없는 기괴한 악몽에 시달렸으며 때로는 귀신이 내는 날카로운 쇳소리를 듣기도 했다.
여차여차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학위심사를 끝낸 나는 되도록 빨리 두 가지 악몽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첫째는 현실적인 악몽, 그러니까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 국립대에서의 탈출이다. 둘째로는 가끔씩 꾸고 있는 무시무시한 악몽에서 해방되는 것이었다. 전자는 이곳을 떠나기만 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만 후자는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난 평소 귀신이나 악령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일생에 단 한차례도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거나 귀신 쫓는 굿을 의뢰한 적이 없었던 나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생활 4년 동안 꽤 많은 현지인들이 무슬림 독경사(qori: 꾸란을 암송하는 자)로부터 영적 치유를 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한 번은 눈이 뒤집히고 입에서 거품이 질질 흐르는 젊은 여성이 독경사로부터 구마의식을 받더니 멀쩡한 사람으로 돌아오는 광경도 보았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적어도 내가 유심히 관찰한 바로는 그랬다.
그래서 이참에 내가 직접 피실험자가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학위심사도 끝난 마당에 설마 중앙아시아 귀신이라도 달고 귀국하면 큰 낭패(?) 일 것이다. 그래서 과거 수차례 만난 적이 있는 독경사 마무르한(Mamurxon) 씨를 찾아갔다. 2년 만에 만난 그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고 흔쾌히 구마의식을 치러 주겠다고 했다. 나는 동행한 코칸드 국립박물관 소속 연구원 다우란벡(Davronbek)에게 내 의식 촬영을 부탁했다.
곧바로 루끼야(ruqiya)*를 시작한 마무르한 씨는 20여분 동안 내 이마에 손을 올리고 꾸란의 야신(Yasin) 章을 암송했다. 처음에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하고 온몸에 힘을 쭉 빼고 맑은 정신을 유지했다. 하지만 얼마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15분쯤 지나면서 나 스스로 '우으으으'하는 신음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정신도 멀쩡했다. 그러자 마무르한 씨는 계속 같은 주문을 외우며 내 명치 위쪽에 손을 대고 가볍게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작스레 내 입에서 경박하고 흉측하기 짝이 없는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그는 곧바로 내 머리를 숙이게 하더니 채찍으로 열한 차례 등을 후려쳤다. 매서운 고통에 흐느끼며 신음하던 나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의식은 그렇게 무탈하게 끝이 났다. 그 이후 귀국해서 글을 쓰는 현재까지, 3개월 동안 악몽은 한 번도 꾸지 않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 구마의식 미신으로 치부하지 않아
며칠 후 타슈켄트로 돌아온 나는 중앙아시아 최고의 역사 연구기관인 아부 라이한 베루니 동방학연구소(Abu Rayhon Beruniy nomidagi Sharqshunoslik instituti)를 찾았다. 그리고 평소 친분이 있던 세 명의 연구자들에게 내 경험을 들려주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이슬람 구마의식을 전혀 '미신'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호라즘史 전문가 카흐라만(Qahramon) 씨는 내게 이런 말도 해주었다. "하미둘라 루트풀라예프(Hamidullo Lutfillayev)*가 최근 부하라 아미르국 문서들을 조사하다가 당시 부하라 마드라사에서 악령과 소통한 흥미로운 기록들을 다수 발견했어. 주로 관료들과 악령들 사이의 계약서라 하더군."
다음은 구마의식을 치른 후 마무르한 씨와 나눈 한 시간 분량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요약한 것이다.
문: 오랜만입니다. 2년 전에 마지막으로 뵈었는데 요즘 세상 분위기가 어떤가요?
답: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악령들이 창궐하고 있어. 또 주술적 행위에 의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어. 심판의 날(qiyomat kuni)*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야.
문: 제게 빙의한 악귀(jin)는 어떤 종류입니까?
답: 무당의 주술(jodugarlik)로 인해 자네에게 엉겨 붙은 거야. 우리는 주님이 창조한 이질적 존재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며 살고 있지. 화장실에서, 길거리에서 종종 그들과 마주치면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밀치거나 밟고 지나가는 사례가 있어. 그럴 때 악귀들은 원한을 품고 자네에게 해를 기치는 거야. 하지만 이번에 빙의된 녀석은 무당의 명령에 의해 자네에게 붙었어. 그런 것은 퇴치하기 훨씬 어려워.
문: 주술적 행위란 무엇입니까?
답: 무당을 찾아가서 미래의 일을 예측(bashorat)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소원을 비는 등의 행위를 말해. 인간의 미래는 태초 주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직후부터 심판의 날까지 모두 예정돼 있어. 책 한 권에 모두 기록돼 있는데 무당은 그 책을 열어볼 권한이 없어. 따라서 미래를 예언하는 것은 금지된 행위야.
문: 악귀를 퇴치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십니까?
답: 악귀들은 보통 두 가지 요소에 대한 큰 두려움을 품고 있어. 첫째로 그들은 연기 없는 화염(tutunsiz alanga)으로 창조된 존재들이기 때문에 불을 무서워하지. 하지만 빙의된 환자에게 불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야. 그래서 차선책으로 그들이 겁내는 칼(pichoq)을 사용하는 거야. 물론 칼은 위협용으로만 쓰는 거지.
문: 칼로도 퇴치하기 어려운 악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합니까?
답: 오직 꾸란을 읽는 수밖에 없어.
문: 제 가슴과 머리에 손을 대셨다가 등 부위를 채찍으로 내리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악귀들은 불에서 창조된 존재야. 대다수 악귀는 심장에 침투해서 마음을 어지럽히게 돼. 그래서 가슴에 손을 대면 내 손길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악귀는 고통을 겪게 되는 구조야. 그리고 악귀는 보통 자신의 생명을 자네 손이 닿지 않는 특정 신체부위에 숨기곤 해. 손을 움직여 보라고.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자네 등 뒤야. 그곳에 악귀는 목숨을 숨겨놓기 때문에 그곳을 직접 때리는 순간 자네뿐 아니라 악귀 역시 고통을 느끼게 돼.
문: 퇴치하기 어려운 악귀는 어떤 종류가 있습니까?
답: 정말 성가신 녀석은 색귀(oshiq jin)라고 말할 수 있지. 그 녀석들은 인간처럼 남녀가 따로 있는데 남자 색귀는 보통 여자 인간에게, 여자 색귀는 남자에게 빙의돼. 이것들은 과년한 시기에도 결혼을 못하게 방해하거나 부부 사이를 갈라놓기 일쑤지. 보통 일 년 이상 지속적으로 구마의식을 진행하지 않으면 퇴치하기 힘들어.
문: 미국에는 '사탄의 인형'을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는데요. 인형에도 악귀가 붙습니까?
답: 인형은 무생물(jonsiz mavjudat)에 속해. 악귀는 생명(jon)이 없는 존재에는 관심이 없어.
문: 그렇다면 살아 있는 동물에게는 악귀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답: 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검은 고양이나 검정개를 키우는 것은 금기나 마찬가지야. 왜냐하면 악귀는 동물 자체가 아니라 동물의 생김새(ko'rinish)에 깃들기 때문이야. 또한 말(ot) 주변에는 악령(dev: 데빌)이 맴돌고 있는데 악령은 악귀(jin)보다 고차원적 존재야. 자네는 말이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말은 수면 중인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 그런데 자네가 갑작스레 마구간에 들어가면 말은 화들짝 놀라 일어나는데 그때 악령이 옮겨 붙을 가능성이 있으니 항상 인기척을 내고 들어가야 해.
문: 동물을 키우는 건 위험한 일인가요?
답: 동물을 기르는 건 괜찮아. 고양이 사육은 여러 장점이 있어. 다만 특정 동물들의 생김새에 끌리는 악귀들이 존재하고, 그 동물들의 주변에 맴돌 수 있다는 뜻이야.
문: 어떤 사람들에게 귀신이 잘 붙습니까?
답: 타인의 충고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 예를 들면 화장실에 모자(do'ppi)*를 쓰지 않고 맨머리로 들어가지 말라고 충고하면 '뭐 어쩌라고?' 하며 무시하지. 또 욕실에서 너무 오래 씻지 말라고 하면 '내가 씻는다는데 별 일 있겠어?' 하는 사람들이지. 타인의 충고를 귀담아듣고 '무슨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하고 한 번쯤 의문을 갖는 신중한 성격의 사람들에겐 결코 귀신이 접근하지 못해.
(올해 12월 중으로 1시간 분량의 상기 인터뷰 영상을 우즈베크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여 공개할 예정)
"루끼야(ruqiya): 이슬람 구마의식.
"심판의 날(qiyomat kuni):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휴거.
*하미둘라 루트풀라예프(Hamidullo Lutfillayev): 동방학연구소의 중세 아랍어, 페르시아어 사료 연구자
*무당(folbin): 중앙아시아 이슬람 세계에서 퇴마사와 무당은 엄연히 분리되는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무당이 굿을 하여 귀신을 쫓기도 하지만 중앙아시아 이슬람 세계에서 무당은 불결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무당은 알라가 아닌 귀신을 섬기는 까닭이며 퇴마사들은 천주교 구마사제와 같이 유일신에 대한 신앙심으로 악령을 퇴치한다.
*모자(do'ppi): 남녀 무슬림들이 머리 위에 쓰는 전통방직모자.